사람과 일체를 이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될 외골격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골격(exoskeleton)은 귀뚜라미나 게와 같은 갑각류의 몸을 덮은 두꺼운 껍질이다. 하지만 요즘 개발되는 외골격은 일종의 ‘입는 로봇’이다. 이런 로봇은 1959년 로버트 하인라인의 공상과학 소설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미사일로 중무장한 군인이 무자비하게 적을 때려부수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다.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왔던 외골격을 2005년까지 5000만 달러를 들여 개발키로 하고 올 봄부터 대학과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 해군은 50㎏나 되는 무기와 통신장비 등을 몸에 지고 시속 4㎞로 구보하는 훈련을 한다. 고등연구기획청 에프라힘 가르시아 박사는 “개발될 20㎏짜리 외골격을 입으면 지금보다 3∼10배 강한 힘이 생겨 50㎏의 장비를 힘들이지 않고 지고 다닐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2025년에는 미군 한 명이 현재의 탱크와 맞먹는 파괴력을 갖게 될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외골격은 사람이 물리적으로 직접 움직여 기계를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로봇과 전혀 다르다. 외골격은 이를 입은 사람이 작용하는 힘을 증폭시키고, 사람 역시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할 때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고도의 힘 제어 기술, 촉각 장치, 생체측정 시스템, 액추에이터 개발이 필수적이다.
외골격의 선두주자인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케이저루니 교수팀은 이미 외골격 다리와 팔을 만들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이 팔과 관절을 몸에 부착하면 무거운 쇠덩어리를 가방을 들어올리는 것처럼 사뿐히 들어올린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전투기에 미사일을 장착할 때 쓰는 정교한 리프터를 개발했다. 사람이 이 리프터를 잡고 4㎏ 정도의 힘을 주면 2200㎏의 폭탄을 번쩍 들어올려 전투기에 붙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밀레니엄 제트사는 개인용 비행 기계를 개발해 시험을 준비중이다. 이 기계에는 서로 반대로 돌아가는 한 쌍의 프로펠러가 달려있어 고도 2400m까지 시속 70마일의 속도로 날아 식탁처럼 좁은 장소에 사뿐히 앉을 수 있다.
외골격은 사람이 직접 조종하므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휴먼 로봇보다 먼저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은 안전성과 가벼운 에너지원의 확보.
만일 외골격의 컴퓨터 프로그램에 에러가 있을 경우 이를 입은 사람이 다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화학반응기, 분당 50만번 회전하는 커피컵 크기의 터빈, 초소형 내연기관, 슈퍼커패시터, 연료전지 등을 개발해야 한다. 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이 사람을 해치지 않게 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