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나스닥 급락…증시먹구름 당분간 계속전망

  • 입력 2001년 7월 11일 18시 33분


미국 나스닥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이 다시 무너진 여파가 아시아와 중남미 주식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11일 일본과 대만 홍콩 등 아시아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 주요국 증시가 모두 약세로 돌아섰다.

유럽지역 주식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종합지수가 장중에 급락하는 등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의 급락세 영향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달러당 1308원대로 치솟아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도 아주 컸다.

한편 정부는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하반기(7∼12월)에 회사채 차환을 위한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 발행 확대 등을 발표했지만 불안상태에 빠진 투자분위기를 되돌려 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련기사▼

- 美나스닥 폭락…증시 흔들

▽국내 증시 침체 지속될 듯〓미국 나스닥지수 2,000선 붕괴 소식이 날아든 11일 국내 주식시장은 종합지수가 한때 545선까지 밀리면서 공포의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반등해 오후 1시50분쯤에는 전날 종가에 육박하기도 했다.

결국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4.95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나스닥지수의 하락폭에 비해서는 의외로 ‘선방’했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464억원에 그쳤고 기관투자가가 매수에 나선 것이 주요인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섣부른 전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기업들의 실적개선도 두드러지지 않는 점이 주요 악재로 꼽힌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상무는 “부정적인 투자심리가 당분간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증시 저평가와 저금리 등이 맞물리면서 종합지수가 550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강한 하방경직성을 띨 것으로 보는 ‘희망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원-달러환율 일시적 급등인가〓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원-달러환율이 급등세를 보여 외환시장을 불안에 빠뜨렸다. 엔-달러환율이 126엔대까지 갈 때까지 잠잠하던 원-달러환율은 이날 1309원대로 ‘단독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투기적인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원-달러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위원은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달러를 사들이면서 환율이 급등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1310원선 이하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 같던 원-달러환율은 1320∼1330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7∼12월)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고 정부도 개입할 수 있어 3·4분기(7∼9월) 중반에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진기자>leej@donga.com


▼주가상승 이달말까진 힘들듯▼

지난주 나흘 연속 하락했던 나스닥지수가 9일 반짝 오르다가 10일 다시 3% 이상 떨어졌다. 이날 폭락으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월 16일과 17일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시의 폭락은 세계 최대 광섬유 제조업체 코닝의 수익악화 전망과 공장폐쇄 및 인력감축 발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5월 도매재고 0.2% 상승과 6월 소매매출 1.3% 하락 발표는 그나마 미국경제를 떠받쳐 오던 소비 지출이 감소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의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2·4분기(4∼6월) 영업실적 발표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는 적어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G 에드워즈 은행의 앨 골드만 수석분석가는 “금리인하와 감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내년 1·4분기(1∼3월)쯤에나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기업 실적이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잃고 관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판스탁 투자회사의 앨런 애커먼 수석 부사장은 “최근 발표되는 갖가지 경제 지표가 회복과 침체 지속의 엇갈리는 신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실적 상승을 발표하는 대기업이 없는 것이 시장이 침체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주 300여개 기업과 다음 주 1500여개 기업이 2·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시장 조사기관 톰슨 파이낸셜 퍼스트콜은 미국 500대 기업의 2·4분기 실적이 17.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