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도 아무리 경기를 잘 풀어나가도 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할 경우 품안에 들어온 승리를 어이없이 날려버리기 일쑤다.
마무리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가운데 최근 ‘깜짝 소방수’들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다른 보직으로 뛰던 투수들이 뒷문지기로 나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으며 전성시대를 활짝 열고 있는 것.
한화 ‘원조 회장님’ 송진우(35)는 90년 이후 11년 만에 마무리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롯데전부터 선발 대신 마무리로 변신해 5경기에서 2세이브를 올렸다. 팀이 외국인 투수의 부진으로 번번이 역전패를 허용하고 뒷심부족에 시달리면서 ‘설거지 전문’으로 전업했다. 139승으로 현역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는 노장답게 풍부한 경기 경험과 노련미를 앞세워 깔끔하게 승부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 신철인(24)의 활약도 돋보였다. 허리디스크에 시달리며 2군으로 내려간 팀 내 간판 마무리 위재영의 빈자리를 넉넉하게 메우며 팀 승리를 지켜내고 있는 것. 지난달 중순 마무리 바통을 건네 받은 뒤 8경기에서 5세이브를 올렸다. 구질이 단조롭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 받았으나 두둑한 배포로 위기를 헤쳐나가며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했다. 우연히 찾아온 출전 기회가 그에게는 행운이었던 셈.
두산 박명환은 진필중과 자리를 맞바꿔 뒷문을 지키고 있다. 올 시즌 선발-셋업-마무리를 넘나들던 박명환은 지난달 16일 LG전 이후 마무리에만 전념하고 있다. 마무리로 등판한 11경기에서 2구원승 1패 5세이브의 눈부신 성적. 박명환이 자물쇠를 빈틈없이 채운 덕분에 두산은 7연승의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롯데 박석진 역시 지난달 중순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업해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팀 분위기를 되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