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건설은 최저가낙찰제의 첫 희생자다. 요즘 업계에서는 최저가낙찰제 하에서의 수주경쟁을 ‘수주를 못해 망하느냐, 저가 투찰이라도 해서 시간을 벌다가 망하느냐’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충일건설은 후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부도에 따른 피해자는 좁게 보면 발주자이지만 넓게 보면 국민이다. 충일건설이 수행하고 있는 80여개 공공시설의 건설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입찰 당시부터 적정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사례다.
부도의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된 이후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해온 업체인 만큼 입찰제도와 관련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최저가낙찰제는 도입 초기부터 저가 투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자격심사 및 입찰방법, 가격심사, 보증 등 각종 보완장치가 논의되었다.
1000억원 이상의 공사를 맡길 업체를 선정하면서 지금처럼 최저가제도를 운용하면 적정한 가격과 품질을 확보할 수 없다. 대형공사의 입찰에서는 입찰제도의 기조를 최저가낙찰로 하더라도 가격 이외에 기술, 경험, 기업 신뢰도 등에 대한 검증과 공사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요구해야 한다.
한가지 더 지적할 것은 현재의 평가제도다. 최고의 경영평점을 받은 기업이 갑자기 부도난 것은 평가항목이나 평가방식 등에서 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특히 신고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안을 제시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최소한 엄격한 감독체계가 적용되는 상장기업의 자료에 대해서는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최저가낙찰제에서 물러서기보다는 원칙을 지키며 제도를 보완하는 자세를 고수하여야 한다. 최저가낙찰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입찰, 즉 시장의 시험에서 실패하는 업체는 반드시 퇴출되도록 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장기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알차게 쓰는 토양을 만들 수 있다.
김 흥 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