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27일 개봉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34분


<<비가 내리던 이른 아침, 서울 인사동의 카페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기다렸다. N세대의 선두자자로 꼽히는 '그녀'인만큼 '엽기 발랄'한 인터뷰를 기대하면서. *^^*

카페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사진기자를 보더니 "어, 사진 찍는 줄은 몰랐어요. 화장 안 했는데"하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망설임 없이 바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렇게 맨 얼굴로 자신 있게 렌즈를 쳐다볼 수 있는 여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

촬영 후 사인을 부탁한 사진기자에게 '그녀'는 '전.지.현'이라고 큼직하게 쓰더니 그 아래 "예쁘게 찍어주셔서 감샤!"라고 덧붙였다.>>

# 엽기적인 그녀

27일 개봉하는 ‘엽기적인 그녀’는 1998년 PC통신에 동명으로 연재됐던 ‘견우’와 ‘그녀’의 실제 연애담을 토대로 한 영화. 적절한 이모티콘의 사용과 ‘띱때야’ ‘알게써’ ‘엽기적임미다’ 등 철자법을 무시한 PC통신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감각적인 글로 인기를 얻어 지난해 단행본 책으로도 출간됐다.

▶ '엽기적인 그녀' 예고편 보기

전지현(20)은 순진한 ‘복딩이’(복학생) 남자친구 ‘견우’(차태현)와 좌충우돌 사랑을 엮어 가는 ‘그녀’역을 맡았다. 매사에 거침없는 ‘그녀’는 호수 물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보기 위해 남자친구를 물에 빠트리고, 발이 아프다며 자신의 하이힐과 남자친구의 운동화를 바꿔 신기도 한다. 남자친구가 반항의 기색을 보일 듯하면 “두글래(죽을래)?” 하며 퍼버벅∼ 주먹을 날린다. --;;

전지현은 의외로 진지했다. 특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더.

“영화는 할수록 긴장돼요. 왜 그런지도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할수록 책임감을 더 느끼게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오호∼ @.@)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그는 PC통신의 원작도 일부러 찾아 읽는 등 나름대로 ‘그녀’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많이 했다.

영화 내용 중 100일째 만남을 기념해 고교시절 교복차림으로 나이트에 가서 춤추는 장면의 촬영을 앞두고 그는 하룻밤 꼬박 머리를 쥐어짰다.

“일단 교복을 입고 나이트를 가는 ‘그녀’라면 상당히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하는 성격의 소유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춤도 남들의 시선을 끌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주변 사람들을 마구 밀쳐내며 추는 춤이었죠.”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한장면

영화 취향도 ‘의외다’. 가볍게 마냥 웃기는 영화보다는 진지한, 작품성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며 장이머우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을 꼽았다. 그래서일까. 가장 최근에 봤다는 ‘신라의 달밤’의 소감을 묻자 ‘너무’ 솔직한 그의 대답. “그저 그랬어요.”

# 섹시한 그녀

전지현은 최진실 이후 CF가 낳은 최고의 스타. 중학교 때 잡지 표지 모델로 시작했지만 전지현을 톱스타로 만든 것은 한편의 CF였다. ‘삼성 마이젯 프린터’. 드라마 ‘해피 투게더’ 등에 출연했고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 ‘시월애’에서는 여주인공을 맡기도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지현’하면 탤런트나 영화배우가 아닌 글래머한 몸매를 비틀며 뇌쇄적으로 테크노춤을 추던 CF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얼마전 모 광고전문 인터넷업체에서 ‘카리스마가 짱인 CF모델’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지현은 43.5%라는 독보적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지현〓춤’이라고 할 정도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남의 춤을 한번 보면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 정도의 ‘춤꾼’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운동 신경이 좋아 안무에 따라 조금 연습하면 그럴듯하게 소화해 낼 정도는 된다.

그런데 그 때보다 마른 걸까. 볼륨감 넘치던 CF의 몸매와 달리 실제 굴곡은 ‘적당했다’. “아, 그 때는 요, 안에 이것저것 집어넣었던 거였어요.” --;; 윽.

# 성실한 그녀

전지현은 인터뷰 내내 성실했다. 영화도 끝나고 남는 시간에 뭘 할 거냐고 하자 모범답안 같은 대답. “영화 홍보 해야죠.”

‘배낭여행’ 같은 걸 하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고 하지만 저는 싫어요. 뭔가 짜여진 틀에서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따르는 게 좋거든요”라고 했다.

강남 8학군의 중산층 가정에서 막내로 고생 모르고 자란 탓일까. 지금까지 ‘큰 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기를 오래 하고 싶다”고 하길래 50, 60세가 돼 젊은 후배 여배우를 ‘받쳐주는’ 엄마나 할머니역도 기꺼이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 때까지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왜?”라는 물음에 허를 찌른 N세대의 대답. “결혼해야죠!”(헉∼ @.0;; )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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