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過猶不及(과유불급)

  • 입력 2001년 7월 12일 19시 04분


過猶不及(과유불급)

過-지나칠 과 猶-같을 유 極-다할 극

端-끝 단 紛-어지러울 분 糾-얽힐 규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좋은 점도 많지만 쉽게 흥분한다거나 종종 極端(극단)으로 흐르는 것은 단점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수십년 겪어온 勞使紛糾(노사분규)가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되기보다는 극한투쟁으로 끝장을 본 경우가 더 많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 국가적인 낭비일 뿐만 아니라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 그 손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특징을 두고 혹자는 반도국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민족정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기보다는 지금 우리에게는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상태, 그런 마음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過猶不及이다.

孔子는 커다란 정치적 포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결과 일생토록 3000명의 제자에 賢人 72명, 哲人 10명을 두었다. 대표적인 哲人으로 子張이 있다. 孔子는 그의 세속적인 명예욕을 나무라면서 君子로서 眞正한 揚名(양명·이름 날리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智德兼備(지덕겸비). 言行一致(언행일치)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또 하나의 哲人 중에 子夏(자하)도 있다. 孔子는 그에게 知識만을 추구하는 데 급급하는 小人儒(소인유)가 되지 말고 人格修養에 치중하는 君子儒(군자유)가 될 것을 강조했다.

한 번은 이 두 사람을 두고 제자 子貢(자공)이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子張과 子夏 둘 중 누가 더 현명하다고 보십니까?”

뜻밖의 질문에 孔子도 당황했지만 평소 제자들의 성품을 꿰뚫고 있던 터라 즉석에서 답했다.

“子張은 過하고 子夏는 不及이니라.”

抽象的(추상적)인 대답에 子貢은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재차 물었다.

“그렇다면 子張이 더 낫다는 말씀인지요?”

하지만 孔子의 대답은 이번에도 抽象的이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라(過猶不及).”

孔子에게는 子張이나 子夏 둘 다 눈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즉 그가 바라는 것은 지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인격, 다시 말해 中庸(중용)의 경지였을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것 아니면 저것’,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는 二分法的 黑白論理(흑백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그래서 건전한 비판이 설 자리가 없다. 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양쪽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여유있는 思考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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