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카섹스 연상되는 도발광고 '레조'

  • 입력 2001년 7월 13일 13시 23분


대우자동차 '레조' 광고가 엉큼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음향과 설정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푸른 야자수가 늘어선 백사장. 하늘은 맑고 바람도 적당히 불고 이보다 더 경치 좋은 곳이 없을 것 같다. 모래밭에 덩그러니 세워진 레조 한 대.

이게 웬일이래. 차 안에서 귀를 자극하는 기묘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아흐-퉁-아아-윽-퉁퉁. 헉헉거리는 거친 숨소리라 혹여 바닷가에서 힘이라도 쓰는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 뭘까, 호기심이 발동하면서도 한편으론 머쓱해진다.

광고가 위험수위를 넘은 것이야, 민망해 할 무렵 덜커덕 비밀스럽던 차의 문이 열린다. 나오는 사람은 짐작대로 즐거운 표정의 젊은 남녀. 게다가 시원한 차림의 수영복이니 의심의 눈길을 쉽사리 거둬낼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비껴간다.

늘씬빵빵한 미남 미녀 두 쌍에다가 그들의 손엔 비치발리볼이 들려있다. 공을 보자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된다. 차 안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니. 실내가 얼마나 넓은지 아느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생활이 즐겁다' 레조. 으하. 분명 즐겁긴 하지만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에 의해 놀아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레조의 이번 광고는 아주 짓궂고 도발적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상상에 빠져 들도록 정교한 함정을 파놓고선 얼굴 붉히는 시청자들을 향해 깔깔거리며 웃음을 흘린다. 그것 봐라 속았지. 우리의 상상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이럴 때 해당될까. 민망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전해준다. 소리를 듣고선 자신이 섹스를 떠올렸다는게 괜히 민망하던 터라 정작 공놀이임이 판명나면 휴우, 그럼 그렇지 안심한다. 하지만 이미 섹스를 떠올린 사람은 속내를 들킨 기분이라 머쓱한 웃음이 나오기 마련.

한 자리에서 하나의 신으로만 진행되는 심플한 장면 연출이 재미있고 독특하다. 게다가 공 퉁기는 소리를 섹스로 유도해내는 기막힌 음향에는 두 손 다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몸으로 주고 받는 거라 소리만 들어서는 모를 일이다.

섣불리 타인을 오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느낄 수 있지 않는가. 이 메시지 역시 음흉한 술수로 전해지는 거지만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저 자신의 짐작만으로 상황을 확신하면 곤란하다.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다양하다. 이번 광고만 봐도 알지만.

이제 곧 휴가철이고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으슥한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동차, 혹은 약간씩 들썩이는 자동차. 뭘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함부로 상상하지는 말자!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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