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 지음
192쪽 9000원 작은책방
책 표지를 자세히 보자. 곡식 채소 과일이 화폭 가득 담겼는데, 흠, 가만히 보니 사람의 옆 얼굴이다. 코는 호박, 입술은 버찌, 뺨은 복숭아… 누가 왜 이런 그림을 그린걸까?
이 그림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아르침볼도가 그린 ‘여름’이다. 여름에 나는 풍성한 먹을거리를 빗대 원기왕성한 사내를 나타냈다. 같은 화가가 그린 ‘봄’ ‘가을’ ‘겨울’도 있다. ‘봄’은 얼굴 가득 꽃이 피어난 청년으로, ‘가을’은 포도와 밀로 장식된 중년 사내로, ‘겨울’은 고목나무 얼굴의 노인으로 그려졌다. 사계절의 운행을 인생에 빗댄 이 그림들은 황제 루돌프 2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세상엔 멋져 보이지만 뭘 그렸는지 설명하기 힘든 그림도 많다. 이 책 속의 그림은 일단 명쾌하다. ‘논리로 쉽게 이해되는 미술작품’을 담은 일종의 기획전이랄까. 이해하기 쉬운 화가 20명의 그림을 싣고 어린이를 위한 친절한 설명을 실었다.
달리의 ‘기억의 고집’을 보자. 시계가 흐물거리면서 나뭇가지 위에 축 늘어져 있다. “달리는 시간이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 거죠”라고 설명한다. 김재홍의 ‘모자상’. 바로 보면 동강의 풍경이지만 옆으로 보면 어머니와 아들이 기도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사람은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먼저 작품을 본 뒤 뜻을 토론하거나 적어 보고, 그 뒤에 본문을 참고하면 논리력 개발에 더욱 도움이 될 듯 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용.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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