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르헨티나를 보라

  • 입력 2001년 7월 13일 18시 41분


아르헨티나가 1200억달러를 넘는 거대한 외채를 갚지 못하고 국가부도를 선언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수년간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외채상환을 위해 더 높은 이자가 붙는 외채를 빌리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치게 많은 공기업들의 생산성이 감소해 공공부문 적자가 증가한 것이 재정적자의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3월부터 의욕적으로 추진된 경제정책이 여소야대의 연립정권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과 정치불신으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0세기 초반 ‘남미의 진주’라고 불리던 부국 아르헨티나가 경제위기를 번갈아 겪는 외채과다국으로 전락한 연원을 따져 올라가면 페론주의라고 불리는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가 나라를 망쳤다는 결론이 나온다. 노조 세력의 지원을 받아 집권한 페론은 10년 집권기간(46∼55년)에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했다. 주요 기업 및 산업을 국유화하고 외국자본에 반대하는 여론을 몰아갔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이후 임금상승에 따른 비용구조 악화로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더라도 10년 동안 성장 둔화와 생활 수준 저하, 외국인 투자 감소 등 고통의 세월을 겪으리라는 전망이다. 경제를 건전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나라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아르헨티나가 반면교사로 보여준다. 정치의 안정, 합리적인 노조,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하는 정부와 국민이 합쳐져야 경제가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한국은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순채권국이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등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지속해 기업의 경쟁력과 국제신인도를 높이지 않으면 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 등에서 발생한 경제위기가 신흥 경제국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더욱이 3년 전 경제위기를 함께 겪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일본 경제의 침체로 수출과 생산이 급락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구조조정만이 해외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기영합 정책을 경계하면서 경제에 관한 한 여야를 초월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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