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發 금융위기]세계투자시장 급속 위축

  • 입력 2001년 7월 13일 18시 45분


1980년대 이후 외채위기와 경제위기를 반복해서 겪어온 아르헨티나가 또 한차례 심각한 외채위기에 빠져 국가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이미 세계경제 침체 때문에 고전중인 아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2000년에도 신흥시장으로 투자된 자금은 전년보다 무려 55%(393억달러)나 감소했다.

아슬아슬하게 봉합돼가던 아르헨티나의 외채위기가 이번에 본격 불거진 것은 정부가 달러 부족을 드러낸 때문. 정부는 10일 외채 일부를 갚기 위해 약 9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하면서 이자를 단기채권 평균치 7.9%의 두배 가량인 14.1%로 쳐주고 내년 5월에 만기가 되는 채권을 연장하기 위해 그 이자를 16.0%로 올려주었다.

결과는 외국투자자들의 동요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금고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기에 그렇게 높은 금리에 돈을 빌릴까’ 하는 투자자들의 걱정이 주식시장을 붕괴시킨 것.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과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이 진화에 나서 11일 정부지출 축소 등 초긴축 대책을 내놓았지만 외국전문가들은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아르헨티나가 1280억달러에 이르는 외채를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거나 빚을 일부 깎아달라는 채무조정 요구를 받지 않을까 하는 점. 클라우디오 로서 IMF 서구담당 이사는 11일 “모두가 디폴트를 걱정하지만 정책이 올바르게 추진된다면 이성적인 해답이 나올 것이며 외채동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뉴욕에 있는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지오프리 데니스 남미주식연구담당 이사는 “디폴트의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위기 조짐이 시작된 수개월 전에 비해 시장의 반응도 조급해졌고 악재가 겹쳐 정부의 위기극복 자신감도 위축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99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마이너스 성장 상태인 아르헨티나로선 최대 교역국인 브라질이나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이어서 외부 여건도 좋지 않다. IMF 등의 도움으로 외채위기의 급한 불은 끄더라도 자력으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엔 험하고도 긴 과정이 남아있는 셈이다.

한 나라의 경제 위기는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염성이 크기 때문이다. 칠레 멕시코 등도 큰 충격을 받겠지만 가장 불안해하는 나라는 남미 최대경제국인 브라질로 이곳에서도 투자 감소 우려가 번지면서 11일 환율이 폭락했다.

안전한 투자처가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투자자들은 세계 시장에서 투자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하게 되고 따라서 신흥시장은 자금부족 금리상승의 후유증을 겪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권희기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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