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아르헨티나發 경제위기 국내 증시엔 "영향 미미"

  • 입력 2001년 7월 16일 00시 25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선언 가능성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장 막판에 지수가 급락한 것도 아르헨티나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탓.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선언으로 세계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증시일각에서는 국내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남미 경제의 불안이 미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경우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

하지만 대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외환보유고 규모나 기업 내용에서 다른 신흥시장국과 차별화되어 있어 이 같은 불안감은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한국주식시장과 관련된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Gems), 인터내셔널펀드, 아시아펀드 등에서 2일부터 5일까지 약 7억6378만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유출세는 올 들어 최대 규모. 국내 증시에서도 최근 한달간 약 1조원의 외국인 주식자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4주 연속 순매도를 보인 것은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13일 외국인들이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6일과 8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점 등에 비춰 우려할 만한 자금유출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증권 장선희 선임연구원은 “Gems의 현금보유율이 6% 내외로 낮아 이머징마켓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 주식투자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증시에서도 점진적인 투자 축소를 예상할 수 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은행의 이머징마켓 담당인 조지 배리오누보 이사는 “당분간 이머징마켓이 고전하겠지만 펀더멘털이 좋은 신흥시장이 부상할 수 있는 기회”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자들도 이머징마켓에 차별화된 전략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자로 보도했다.

실제 지난주 아르헨티나 위기가 불거진 후 모건스탠리가 신흥시장 채권들의 가산금리 움직임을 지수화해 발표하는 이머징마켓본드지수(MBI+)는 0.50%포인트 상승했지만 우리 외평채는 12일 전 주말에 비해 오히려 0.1%포인트 떨어지면서 강세를 보였다.

굿모닝증권의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이머징마켓펀드 등 국제적인 투자펀드보다 미국 기술주펀드 등에서 직접 들어오는 자금”이라며 “신흥시장의 불안감보다는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투자자금의 유출입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영향은 그리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중남미경제 침몰→미국증시 회복 지연→국내 증시의 악영향’으로 나타날 간접적인 효과다. 환율 움직임도 외국인 증시자금과 관련해 무시할 수 없는 복병.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를 더욱 강세로 몰아갈지, 약세로 반전시킬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만약 국제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을 선호해 미국으로 더욱 몰릴 경우 달러화강세가 원화의 약세(환율 상승)로 이어지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의 손절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이철용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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