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 전세금이 집값 앞질렀다

  • 입력 2001년 7월 16일 00시 25분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앞지른 아파트가 나타났다. 부동산뱅크는 전국의 아파트 시세를 조사해 전북 전주시 여의동 공영아파트 등 4곳에서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최고 12.8% 높다고 15일 밝혔다. 전주 공영아파트 18평형의 평당 매매가는 108만3300원이었으나 평당 전세금은122만2200원으로 조사됐다. 전북 익산시와 부산 등에서도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높거나 같은 아파트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집 값 약세가 전망되는 일부 지방에서 수요자들이 주택 매입을 꺼리고 전세 시장에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수도권에서도 비수기 전세금 강세가 지속되고 재건축에 따른 전세 수요가 늘고 있어 만성적인 전세난이 우려되고 있다.

▽지방 세입자 ‘매입 기피, 전세 선호’〓보통 전세금이 매매가에 근접하면 세입자들이 돈을 보태 집을 사는 경우가 늘어난다. 다만 집 값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다. 취득 등록세 등 매입에 따른 비용 만큼 손해이기 때문이다. 매입을 꺼리고 전세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전세금이 매매가를 앞지른 전북 전주시 공영아파트 인근 중개업계는 “주변에 새 아파트 공급이 많아 기존 아파트는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면서 “여기에다 전세 매물 부족이 겹쳤다”며 매매가와 전세금의 가격 역전을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전세금이 매매가를 앞지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아직 내집마련 수요자가 많고 전세금 상승에 따라 임대 수요가 구매 수요로 전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 전세난 만성화 우려〓서울 수도권은 지난해부터 계절에 관계없이 전셋집이 부족한 상태다.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상승폭은 줄었지만 전세금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이사는 “가을철 이사 수요와 신규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 전세 품귀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재건축이 전세난에 치명적이다.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 주공 고층아파트 552가구는 8월 이주를 시작한다. 6월부터 이 곳에서 전세 수요자가 쏟아지면서 주변 아파트 전세금이 두 달 새 20%나 폭등했다. 30평형대 아파트 전세금이 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계는 “552가구의 이주 효과가 이 정도인데 서울 5개 저밀도지구에서는 한꺼번에 2500가구씩 재건축이 진행되면 전세 품귀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집 주인은 월세 임대를 원하지만 세입자는 월세를 기피하는 현상도 임대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하고 있다.

▽수요자 발빠른 대응 필요〓유니에셋 김점수전무는 “서울 강남권 등 올 초 전세난을 치른 곳이라면 전세금이 다소 올랐더라도 수요자들은 미리 집을 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입주를 2개월 이상 앞둔 아파트에서 미리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방법. 재건축 탓에 일시적으로 이주할 때 자녀 교육 문제가 없다면 지역을 잠시 벗어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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