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단둘이 춘천 청평사로 여행가면서 엄마에겐 단짝 친구 Y씨와 함께 간다고 둘러댄 것. 춘천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소양댐, 다시 통통배를 타고 청평사로. 찜찜한 생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우리 얼른 돌아오자. 2시간 뒤엔 배가 끊긴대.” (J씨)
“정말? 흐흐흐….” (남자친구)
두 사람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J씨의 엄마와 Y씨의 엄마가 동네 약수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지금쯤 잘들 놀고 있겠죠?”
“J가 어디 갔어요?”
하룻밤 자고 들어온 J씨. 엄마 앞에 끌려갔다.
“너 도대체 누구랑 간거야?”
“아∼. Y가 급한 일이 생겼대서 B랑 갔어요. 왜 있잖아요? 그 목소리 맹맹한 애.”
순발력을 발휘해 위기를 넘긴 J씨. 깔끔하게 뒷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코를 막고 “어머니세요? 저 B예요. J 잘 들어갔나 해서요.”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