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샛별 장쉬 vs 늦깎이 왕밍완 혼인보 일진일퇴 공방

  • 입력 2001년 7월 16일 01시 05분


일본 혼인보(本因坊)전 도전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전 사상 최연소 도전자인 장쉬(張'·21) 7단과 늦깎이 혼인보 왕밍완(王銘琬) 9단의 대결에서 두 대국자가 흑번 필승을 선보이며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

왕 9단은 10, 11일 열린 56기 혼인보 도전기 7번기 6국에서 장 7단에게 237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둬 종합전적 3대 3 동률을 만들었다.

장 7단은 이번 혼인보전이 배출한 샛별.

장 7단은 지난해 53승 12패 1무(81.1%)로 승률 1위를 기록하며 일본 1, 3위 기전인 기세이(棋聖), 혼인보전 본선에 진출하는 등 무서운 신예 기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후지쓰배에서 마샤오춘(馬曉春) 9단을 누르고 8강에 오르며 세계 바둑계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8강전에서 생년월일(80년 1월20일)과 입단 연도(94년)까지 똑같은 목진석 5단에게 졌지만 국내 팬들에게도 ‘일본의 차세대 주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장 7단이 처음 진출한 혼인보전에서 도전권을 따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초반 5연승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도전권을 따냈다. 69년 24기 혼인보전에서 가토 마사오 5단의 최연소 도전자 기록(22세)를 30여년만에 깬 것.

특히 이번 도전기는 1999년 왕리청 9단이 조치훈 9단에게 기세이를 넘겨받고 지난해 왕 9단이 혼인보까지 차지한 뒤 대만계 기사끼리의 첫 도전기로 관심을 끌었다. 두 기사의 전혀 다른 기풍도 흥미거리. 왕 9단이 두터움을 중시하며 기발하고 독특한 착상을 구사하는 반면 장 7단은 실리를 중시하고 정확한 형세판단으로 뒤집기에 능한 기풍이다. 목진석 5단은 장 7단에 대해 “이창호 9단 같이 ‘지지않는 바둑’을 구사해 한판 이기기가 좀처럼 힘들다”고 말했다.마지막 7국은 18, 19일 일본 니가타현에서 열린다. 만약 장 7단이 이긴다면 지난해 야마시타 게고(山下敬吾) 7단이 고세이(碁聖)을 따낸데 이어 일본 바둑계는 확실히 세대 교체의 거센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두 기사의 전혀 다른 기풍도 흥미거리. 왕 9단이 두터움을 중시하며 기발하고 독특한 착상을 구사하는 반면 장 7단은 실리를 중시하고 정확한 형세판단으로 뒤집기에 능한 기풍이다. 목진석 5단은 장 7단에 대해 “이창호 9단 같이 ‘지지않는 바둑’을 구사해 한판 이기기가 좀처럼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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