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숫자 싸움' 국민은 불안하다

  • 입력 2001년 7월 16일 01시 27분


대법원의 선거무효 판결에 의해 민주당 장영신(張英信)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것은 그동안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 및 하급 법원의 판결이 ‘여당 의원 봐주기’에 치우치지 않았느냐는 여론의 비판이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이번 판결이 아니었다면 검찰의 ‘비호성 기소’와 하급 법원의 ‘자의적 판단’ 덕에 장 의원은 선거무효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당의원 한 명이 의원직을 잃게 된 것보다 앞으로 정치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더욱 걱정스러울 것이다.

장 의원의 의원직 상실 이후 여야(與野)의 국회의석 분포는 136 대 135가 됐다.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3당연합에서 한 명만 이탈해도 과반 의석이 무너질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첨예하게 맞서온 여야 대치 상황이 10월 25일에 있을 일부 재선거를 앞두고 사활(死活)을 건 다툼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여야 모두 서울 두 곳(서울 동대문을, 구로을) 재선거 결과가 내년 지방선거 및 대선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간 의석 분포의 불안정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 2심에서 당선무효 수준의 형을 선고받은 의원들이 12명(민주당 6명, 자민련 1명, 한나라당 5명)에 이른다. 여기에 대법원 판결에서 원심 일부 파기 환송으로 일단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자민련 원철희(元喆喜) 의원처럼 일반 형사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큰 의원도 2명이다.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여대(與大)가 야대(野大)로, 또는 야소(野小)가 여소(與小)로 뒤집힐 가능성이 상존한다.

여대냐, 야대냐에 따라 정치가 춤출지도 모를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특히 국정운영의 우선적 책임을 지고 있는 여권은 더 이상 ‘숫자 논리’에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사실 오늘의 국정 난맥과 위기는 여권이 국회에서의 숫자 우위에 무리하게 집착한 데서 비롯되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여야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겨냥해 ‘숫자 싸움’에 매달린다면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여야는 이제라도 국민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민생(民生) 정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대권 다툼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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