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전반기 기록들]LG-두산 5시간45분 혈투

  • 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35분


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에는 LG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가려면 도시락을 지참해야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경기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기 일쑤여서 ‘허기를 채울’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는 것.

3시간이 훨씬 넘는 마라톤 레이스를 밥 먹듯 펼친 LG는 5월6일 잠실 두산전에서 신기록 하나를 세웠다. 5시간45분 동안 15회까지 가는 연장 사투를 치러 역대 최장 경기 시간 기록을 갈아치운 것. 1982년 6월3일 롯데-해태전에서 나온 5시간23분의 종전 기록을 무려 20시즌 만에 경신했다. 한낮인 오후 2시에 시작된 이날 경기는 해가 질 때까지도 승부가 나지 않아 라이트를 켜고 야간경기에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화 장종훈(33)의 신기록 행진도 멈추지 않았다. 장종훈은 지난달 16일 인천 SK전에서 시즌 10호 아치를 그려 14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9호 홈런을 날린 뒤 ‘아홉수’에라도 걸린 듯 29경기에서 침묵을 지킨 그는 35일 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묵은 갈증을 후련하게 씻어냈다.

장종훈은 통산 최다경기 출전에서도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25일 대전 해태전에서 1631경기 출전으로 김광림이 갖고 있던 종전기록을 깨뜨렸다. 이로써 장종훈은 타수 안타 2루타 홈런 루타 득점 타점 4사구에 이어 출전경기에서도 통산 1위에 오르며 ‘기록의 사나이’로 이름을 날렸다.

SK의 ‘철인’ 최태원(31)은 5월11일 인천 두산전에서 800경기 연속 출전의 의미 있는 기록을 수립, 관심을 모았다. 95년 4월16일 광주 해태전부터 개근 행진을 하고 있는 그는 부상도 한번 없이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도루에서는 현대 ‘쌕쌕이’ 전준호(32)가 아무도 오르지 못한 고지를 정복했다. 11일 수원 롯데전에서 통산 372개의 도루를 해 이순철(LG코치)의 최다도루 기록(371개)을 1개 넘어선 것. 당시 기록을 달성한 2루 베이스를 기념으로 영원히 간직하게 된 전준호는 “은퇴할 때까지 500도루를 돌파하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평소 보기 힘든 진기록도 눈길을 끌었다. 롯데 포수 최기문은 5월20일 인천 SK전에서 프로 통산 2번째인 한 경기 좌우 타석 홈런을 날려 ‘양수겸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화 투수 송진우는 지난달 3일 청주 LG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투수로서는 두 번째이자 대타 투수로서는 최초의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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