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한나라 국세청 현장조사]"언론사 문닫게 하려는 건가"

  • 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37분


한나라당 언론자유수호비상대책특위(위원장·박관용·朴寬用) 위원들은 16일 국세청을 방문해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이날 아침 정당 차원의 현장방문 조사는 법적 근거가 없다 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돌려 특위 위원들이 강력히 항의했다. 박 위원장과 이병석(李秉錫) 의원 등은 국회의 정당한 국정 감시 행위에 법적 근거 운운한 것은 오만방자한 행위 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은 잘못이라고 비쳐졌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고 사과했다. 다음은 특위 위원들과 안 청장의 질의 응답 요지.

▽강인섭(姜仁燮) 의원=특정 사에만 8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한 것은 언론 기업의 문을 닫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 동아일보 김병관(金炳琯) 명예회장의 부인(안경희·安慶嬉 여사)이 투신한 비참한 사건에 대해 국세청은 어떻게 생각하나.

▽안 청장=모든 언론사에 대해 똑같은 잣대로 조사했다. 조사결과 언론사들은 자산으로 충분히 세금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불행히도 안 여사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고흥길(高興吉) 의원=올초 세무서장 회의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기업에는 세무조사를 보류하라 고 한 이틀 후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발표했다. 유독 언론사만 일시에 강도 높은 조사를 한 이유가 뭔가.

▽안 청장=94년 언론조사 후 언론기관 과세시효가 임박했다. 일부 언론만 조사하면 비난이 쏟아질 수 있었다.

▽정병국(鄭柄國)의원=지난달 20일 국세청 발표가 생방송 중계되자 마자 청와대는 만일 사기나 기타 부정이 드러나면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할 것 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협의가 없었다면서 청와대가 국세청 방침을 어떻게 아나.

▽안 청장=(방송을) 보지 못해 답변할 수 없다.

▽정 의원=(국세청 공문을 들어보이며) 지난달 27일 국정홍보처에 언론사 조사와 관련해 대대적 홍보 를 요구했는데 국민 여론이 언론 탄압 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뀌자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 아니냐.

▽안 청장=그렇지 않다.

▽이주영(李柱榮) 의원=조선일보 김대중(金大中) 주필 칼럼에 따르면 금융거래 사실도 없는 H증권에까지 계좌추적을 요청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특정인에 대한 표적,투망 조사가 아니냐.

▽안 청장=상속증여세법에 의하면 포괄계좌추적을 할 수 있다. 김 주필 건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 중이다.

▽이 의원=동아일보에 따르면 주변 친구 친지에 대한 조사가 안 여사에게 엄청난 부담이 됐다고 하는데 국세청의 무리한 계좌추적이 영향을 준 게 아니냐.

▽안 청장=부인을 대면하거나 직접 조사한 적은 없다. 본인 소환계획도 없었다.(안 여사 사망이) 세무조사와 관련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 의원=그럼 무슨 문제로 친인척들을 조사했나.

▽안 청장=상속문제로 친인척들의 계좌를 추적했다.

▽엄호성(嚴虎聲) 의원=신법인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포괄 계좌추적은 금지돼 있다.

▽안 청장=실명제법에도 상속세와 관련한 것은 예외사항으로 알고 있다.

▽박종희(朴鍾熙) 의원=국세청이 동아일보 사주 일가 3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탈세사실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들 일가를 심각히 명예훼손해 심약한 부녀자가 숨졌는데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이냐.

▽안 청장=그래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나오연(羅午淵)의원=이번 조사는 법 취지를 무시한 무리한 과세다. 무가지를 접대비 처리하는 등 추징액을 늘리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안 청장=5월7일까지 조사를 마친 뒤 각 담당 국장을 언론사별로 보내 불만사항을 상당히 수용했다. 다만 무가지 문제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경필(南景弼)의원=청장 취임 직후 국립묘지를 방문해 방명록에 정도세정과 통일재원 마련에 앞장서겠다 고 했는데 국세청과 통일재원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

▽안 청장=통일재원이 결국 국고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 먼 훗날 통일을 위해 일한다는 자세라면 부정을 안할 것이라는 취지다.

▽남 의원=많이 걷어 통일에 쓰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2월 6일 재벌 정기조사를 앞두고 남북경협에 참여하는 업체는 세무간섭을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북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세무조사를 유보하고 무리한 대북사업을 비판하는 언론은 가혹한 세무사찰을 한 것은 형평성에 큰 문제다.

▽안 청장=남북경협을 외국과의 경제교류로 볼지 확립이 안돼 취한 조치다.

▽이성헌(李性憲) 의원=290여억원을 맞은 KBS는 제외하고 204억원을 추징받은 국민일보는 왜 고발했나.

▽안 청장=무가지 문제가 없었고, 상속 증여문제 등 개인 비리가 없었다.

▽이 의원=(방송에) 무가지 문제와 상속 증여문제가 생기나.

▽안 청장=법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與 "국정 훼방정치" 비난▼

▽민주당의 반박〓민주당은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한나라당이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국세청 현장조사에 나선 것은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국정 훼방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회의는 또 “한나라당이 20일부터 전국적인 장외집회를 갖는 등 무책임한 장외공세를 계속하고 이것을 일부 언론이 받아서 확대재생산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20일 이후엔 대응방법을 달리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당직자는 “그동안 야당 비판에만 주력했으나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공격할 수 있으며 장외집회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응책을 찾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지만 과거 국세청을 통해 대선자금을 모금, 활용했던 사례만으로도 이 총재는 대선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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