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레프팅 첫입문 박성원씨 가족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57분


서울 등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뿌리던 14일 아침.

구름한점 없는 맑은 날씨속에 동강(강원 영월)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그 강가 나루터에 박성원씨(40·전북 전주 효성동)가족이 잔뜩 긴장된 얼굴로 모여있었다.

웬일일까. 바로 아들 지환(11·전주북초등교 5)군을 제외한 박씨 부부 모두 고무보트를 타고 급류를 헤쳐나가는 래프팅을 난생 처음 해보기 때문.

박씨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내 이영미씨(36)는 얼어붙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지환군만 신이난 듯 패들(노)을 흔들고 좋아했다.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오른 고무 보트에서도 박씨 부부는 한마디로 ‘왜 왔나’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스스로 찾아온 ‘자유 래프팅’이지만 막상 해보려니 ‘괜한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출발점인 문산 나루터. 도착지는 8㎞ 떨어진 거운리 섭새마을. 자동차로 산자락을 굽이굽이 돌아 30분 걸리는 거리를 고무보트로는 3시간 이상 걸린다. ‘왜 사서 고생을 해야하나’는 생각에 당장에라도 배에서 내리고 싶은 표정들이다.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해 래프팅이 처음이 아닌 지환이만 알루미늄 대에 고무 판이 달린 패들(노)을 들고 ‘내가 물살을 헤쳐나가겠다’고 외치면서 출발.

그러나 수량이 적은 탓에 고무보트는 출발하자마자 밑바닥이 강바닥에 닿아 나아가지 못했다. 가이드를 포함해 보트에 탄 9명이 ‘하나둘셋’ 구령에 맞춰 ‘일어났다 앉았다’를 20여번 반복한 뒤에야 진짜로 출발.

고요한 동강의 비경이 눈에 드러난 것은 출발한 지 30분쯤후. ‘영차 영차’ 구령에 맞춰 노를 젓다 잠시 눈길을 주변 풍경에 주니 아름다운 산과 계곡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그림같은 경치에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박씨부부도 출발당시의 모습과는 딴판으로 신이 나있었다.

어라연을 지나 물살이 급해지는 ‘된꼬까리’에 이르자 자신만만하던 지환이가 노를 내팽개치고 아빠 엄마의 사이로 파고 들었다.

수직절벽의 ‘된꼬까리’를 헤쳐나가자 다음으론 평평한 계곡. 이후에도 지환이는 노를 잡지 못했다.

일행 모두 열심히 노를 저어 거운리 교각이 보이는 도착지 섭새가 보이자 그제야 지환이가 재잘 재잘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기가 타고 온 고무보트를 육지로 옮기는 것은 기본.

땀과 강물에 흠뻑 젖은 박성원씨에게 물었다. “재미 있었어요?”

“해봐요, 장난은 아니지만 난 또 할거예요. 아이들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체험 교육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월〓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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