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수험생 인생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57분


여름 휴가를 맞은 회사원 김모씨(24)에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휴가 계획을 물었다.

“내가 운전면허증이 없잖냐. 초단기로 한번 따 보려고.”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이모씨(23).

“나도 조만간 웹마스터 자격증 시험을 볼까 해. 퇴근후에 틈틈이 공부해야지.”

벤처 회사에 근무하는 윤모씨(24).

“나도 미국 공인회계사(CPA)시험 준비중이야. 자격증이 하나라도 더 있어야 ‘조직’에서 살아 남잖냐.”

이야기를 듣던 정모씨(24)가 갑자기 테이블을 내리쳤다.

“우리 정말 이렇게 평생 ‘수험생’으로 살아야 하냐? 시집이나 가자.”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정씨를 바라보던 친구들.

“아가야, 요즘 남자들은 여자 얼굴보다 능력을 먼저 보는 거 모르니?”

“왜?”

“남자도 구조조정 때문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부인이랑 함께 벌어야 먹고 살 거 아냐. 집에 숨겨둔 땅문서나 현찰 없으면 공부나 열심히 해.”

‘여성 4인방’은 자연스럽게 주말마다 ‘스터디’를 조직하자고 결의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