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계신문협회(WAN)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하원의원 8명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내년 한국의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없어서는 안될 언론의 자유가 억압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통령이 생기 있고 활기찬 인쇄 및 전자매체가 지속되는 것을 제약하려는 정부관리들에게 자유로운 표현은 자유로운 국민의 초석임을 강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노벨상을 받은 대통령이라면 국정운영도 당연히 그 상에 걸맞은 방식이 되어야 하나 지금 한국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나 마찬가지다. 노벨상 수상자라면 정부관리들이 앞장서서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조치들을 내놓더라도 당연히 그렇게 못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있을 때마다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내정간섭적인 발언이라고 발끈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정홍보처는 특히 외국신문들의 지적에 대해 반론권을 요구하기에 바쁘다.
어쩌다 국제사회로부터 이 같은 지적을 받게 됐는지, 특히 노벨상까지 언급해가며 김대통령의 언론관을 우려하게 됐는지 우리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다. 우리는 특히 김대통령의 독재자로서의 이미지는 그의 민주적 개혁가와 인권운동가로서의 30년 경력과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고 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에 주목한다. 또 최근 한국 정부가 다소 미심쩍은 국민여론조사와 친정부적인 언론집단에 의지해 이번 조치의 합법성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세계신문협회의 지적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마당에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은 엊그제 국세청을 방문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언론사조사는 독자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졌다고 거듭 강변하듯이 말했다.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언론의 당연한 임무이고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다. 김대통령도 정권 출범 초 ‘대통령은 달콤한 말만 듣고 싶어해서는 안된다’고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언론을 우격다짐으로 몰아붙이는 권력의 어떤 시도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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