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연대는 일본 영화 ‘아시안 블루’가 문화관광부 심의를 통과하는대로 다음달 23, 24일 광주와 서울에서 시사회를 연 뒤 국내 상영에 나설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아시안 블루’는 일본의 ‘교토(京都) 1200년 영화를 만드는 모임’이 95년 일본 패망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다.
이 영화는 해방 직후인 1945년 8월24일 5000여명의 한국인 징용자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4370t급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 마루(浮島丸)호가 교토 인근 해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로 두동강이 난 채 침몰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일본 시민들이 총 제작비 3억엔 가운데 4000만엔을 내놓고 4000여명이 단역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징용자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일본 우익단체들이 극장 앞에서 상영 반대시위를 벌이는 등 거센 반발속에서도 3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모았다.
광주 시민연대는 지난해 11월 교토를 방문해 일본 시민단체로부터 흥행문제 때문에 한국 상영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영화 제작자를 만나 국내 판권을 무상으로 넘겨 받았다.
광주 시민연대 김양래(金良來)대표는 “상업적 잣대 때문에 역사적 의미를 지닌 영화가 아직까지 국내에서 상영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내 극장가에서 상영이 힘들 경우 전국 시민단체와 연계해 적절한 장소에서 이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 시민연대는 영화 수익금을 부산에 세워질 ‘우키사마 마루호 희생자 위령탑’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