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바다 건너 ‘이웃’인 일본에서 한국까지 토토로가 찾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13년.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꼽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인 ‘이웃집 토토로’는 1988년에 제작됐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지만 ‘일본 대중 문화’라는 점 때문에 국내 상영이 불가능했던 것.
1998년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 직후 ‘개봉 1순위 작품’으로 꼽히며 수입됐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한한다’는 조건 때문에 ‘자격 미달’로 창고 신세를 지다가 지난해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28일 마침내 극장에서 빛을 보게 됐다.
현란한 3D영상에 익숙해진 21세기 관객에게도 13년전에 만들어진 ‘이웃집 토토로’는 여전히 소박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배경은 1950년대 일본의 어느 시골 마을. 11세인 사츠키와 4세인 메이 자매는 아빠를 따라 시골집에 이사온다. 입원 중인 엄마가 퇴원후 요양하기 위해서다. 자매는 숲속의 정령 ‘토토로’를 알게 되고 덕분에 전원생활은 더욱 즐겁다. 그러나 엄마의 병이 악화됐다는 소식을 들은 어린 메이는 혼자 병원을 찾아가다가 길을 잃는다. 사츠키는 토토로의 도움으로 동생을 찾는다….
동양적인 가족주의를 서정적인 분위기로 담아낸 이 작품은 우리 정서와도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다. 넉넉하고 서로 돕는 시골의 인심이라든가, 엄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찐 옥수수 등은 우리의 아련한 향수도 자극한다. 환경운동에 앞장섰던 미야자키 감독이 정성껏 그려낸 자연 풍경은 한 편의 수채화같다.
그러나 ‘이웃집 토토로’의 흥행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지만, 그보다는 ‘볼 사람은 다 봤다’는 점 때문. 미야자키 감독의 ‘열혈팬’들은 이미 90년대 초 ‘해적판 비디오’로 봤고 한동안 대학 축제 때 단골로 상영되기도 했다.
수입사인 일신측은 “‘러브레터’ 역시 해적판으로 60만명이 봤다고 했지만 개봉후에도 120만명이나 극장을 찾지 않았느냐”며 기대를 걸고 있다. 영화보다 먼저 친숙해진 토토로 캐릭터도 흥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98년 이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인랑’ ‘무사 주베이’ 등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이 몇 편 개봉됐지만 ‘포켓몬스터-뮤츠의 역습’을 제외하곤 하나같이 흥행에 실패했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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