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할말 다 하는 김진표의 우리말 랩 'JP3'

  • 입력 2001년 7월 20일 10시 16분


"그동안 너무 힘들었지? 나를 좋아하느라 수고 많이 했지? TV도 안하지 인터뷰 역시 안하지. JP 싸가지 좆라 없다 소문은 파다하지"

패닉과 노바소닉의 래퍼, 혹은 JP라 불리는 남자, 김진표. 그가 자신의 앨범 'JP3'를 통해 그린 자화상이다.

'한국말 랩의 선구자' 김진표는 또 말한다.

'HOT 짱!' 'GOD 짱!'을 연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JP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쌍욕을 먹고 재수 없다고 왕따 당하는 김진표팬의 비애를...

이런 자기비하와 자기 까발리기는, 서태지 은퇴 이후 '포스트 서태지'로 지목받던 패닉 멤버 중 한 사람이 화려한 시절을 돌이켜 보는 신세 한탄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김진표에게 지나가버린 화려한 날의 명성과 명예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과거보다 훨씬 당당하게 대중 앞에 서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욕설로 난무한 '진표 생각'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언더와 오버를 가리지 않고 여러 래퍼들의 음반에 피처링을 시작함으로써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몸담고 있는 노바소닉을 언더그라운드 밴드라 할 수 없고, 패닉 시절에도 온건한 이미지였던 걸 감안하면 그의 영역파괴는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그의 랩만큼이나 낯설다.

이런 낯설음은 음악만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뮤지션의 자기변신 과정의 산물이다. 세 번째 앨범 'JP3'는 주류와 비주류, 록과 힙합 가리지 않고 자기 멋대로 음악을 하고픈 뮤지션의 수다인 동시에 욕구 분출의 장인 것이다.

솔리드의 전 멤버였던 김조한, 이준을 비롯해 지누션, 김광민, 디바의 지니, 이적 등이 참여한 앨범 최고의 백미는 음악적인 깔끔함이다. 비속어와 욕설이 난무하는 그의 가사쓰기를 말끔하게 포장해 놓은 그 음악말이다.

기존 힙합 앨범들이 보여주는 샘플과 기계음의 조합에서 벗어나 디지털과 어쿠스틱이 교차하는 '믿을진 모르지만' '목격자는 없어' 등의 곡에서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사운드는 멜로딕한 곡 진행과 어우러져 이런 느낌을 배가 시킨다.

특히 봄여름가을겨울의 '거리의 악사' 와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을 김진표식으로 해석한 '샴푸의 요정' '인터뷰 1'에서 보여주는 랩의 리듬감은 원곡의 친근함과 어우러져 김진표의 재치를 느끼게 한다.

노바소닉, 라디오 DJ, MC를 거쳐 이제는 장선우 감독의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배우로 활약할 김진표가 6개월의 녹음기간을 거쳐 발매한 'Jp3'은 할말 다 하고 사는 Jp의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인 동시에 '우리나라 말로 랩하기'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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