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교환기 제작업체를 경영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떠난 조씨가 고국 땅에 돌아온 것은 20일 오전 5시. 하지만 한 줌의 재로 변한 상태였다.
아버지 조문제씨(51)는 “창배는 장손이라 그런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남을 이해하려고 많이 애쓰는 아이였다”면서 “착실하고 붙임성도 좋아 어학연수 시절 지냈던 하숙집에선 창배를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는 아들을 삼켜버린 퍼런 물살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물 속에서 고통스럽게 숨져간 자식을 생각하면 비통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며 끝내 흐느끼고 말았다.
조씨는 아들이 다녔던 미 캘리포니아주 험볼트대 교내 교회에서 열린 추도 예배에서 한국인 김영걸 교수(통계학)로부터 “창배의 학업에 대한 열의와 적극성은 다른 한국 학생들의 귀감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조씨는 “짧았지만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려고 했던 아들의 삶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형의 죽음을 믿을 수 없는 듯 망연자실하던 동생 규배군(18)은 “형의 씩씩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재수생활의 어려움을 달래왔다”면서 “형이 못다 이룬 꿈을 대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