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태재단 '의혹' 스스로 털라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3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설립한 아태평화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1994년 설립 이후 2000년까지 7년 동안 후원금 등으로 213억여원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아태재단이 ‘DJ 사금고’로 소문나 있는 비리의혹의 본산”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우선 아태재단의 “지출입 현황, 후원자 명단, 납세실적 등이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재단이 김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일대에다 60억원을 들여 새 재단건물을 짓고 있는 등 ‘제2의 일해재단’으로 변질될 우려를 제기하면서 모든 의혹을 털려면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이 설립한 공익재단이 운영의 불투명성과 관련해 공격받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연평균 30억원씩 후원금을 거두면서 후원자 명단이나 액수, 용처 등을 분명하게 밝힌 적이 없는 탓에 그런 공격을 받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는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지만 오죽하면 세무조사를 해서라도 의혹을 규명하자고 나서겠는가.

물론 아태재단은 자신들이 외교통상부에 등록된 순수 공익재단으로 회계결산을 매년 외교부에 투명하게 보고한다고 주장한다. 평화통일과 민주주의를 연구개발하는 순수학술단체로 후원금은 학술회 개최와 인건비 등으로 적법하게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결산내용은 아직까지 국민은 물론 정치권에도 투명하게 공개된 적이 없다. 외교부든 재단이든 자료제출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설립한데다 현재 이사장은 공석인 채 부이사장을 대통령의 아들이 맡고 있다면 순수학술단체라 하더라도 국민이 그 수입 지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이 퇴임 후 재단에 복귀할 것이라고 알려진 상황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연평균 30억원씩 후원금을 걷는 것도 대통령이 뒤에 있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아태재단이 스스로 지난 7년 간의 수입 지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입 지출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대통령과 관련된 재단의 의혹은 법 이전에 국민 정서가 앞서간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야당 주장이라면 무조건 정치공세라고 몰아치는 여당이나 새로운 증거없이 의혹만 제기하는 야당 앞에 아태재단이 스스로 수입 지출을 깨끗하게 밝히고 나서는 것만이 정쟁의 빌미를 주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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