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라의 달밤’의 김상진 감독(34)은 입버릇처럼 “나는 상업 감독”이라고 말한다. ‘상업감독’의 필요 충분조건이 ‘흥행’이라고 할 때 이제 그는 우리 영화계에 손꼽히는 상업 감독이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그의 다섯번째 영화 ‘신라…’는 전국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섰다. ‘진주만’ ‘툼레이더’ 등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앞질렀다. 그의 직전 작품인‘주유소 습격사건’(1999년)은 전국에서 256만 명이 봤고, 지난해 가장 많이 빌려본 비디오이기도 했다.
‘신라…’의 흥행 이유에 대해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상황을 만화적으로 풀어내도 어색해 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는 만화적 코드가 많은데 그 점이 젊은이들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열 여섯 번이나 고친 정교한 시나리오도 한 몫 했다.
“‘신라의 달밤’은 ‘친구’의 ‘코미디 버전’ 같다”는 일부 지적에 대한 그의 대답.
“만약 우리가 먼저 개봉했다면, ‘친구’가 ‘신라의 달밤’의 ‘느와르 버전’이 됐을 텐데….”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강우석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하던 시절부터 그의 꿈은 오로지 ‘코미디’였다. 그는 “남을 웃기는 코미디야말로 가장 힘든 장르”라고 말한다.
그가 나름대로 터득한 ‘웃음 공식’이 있다. 영화 초반 10분 동안은 절대 웃기지 않는다, 관객의 폭소가 30분내에 터지면 그 영화는 망한다, 중반에는 살살 웃기고 정말 효과 있는 ‘한 방’의 웃음은 중 후반에 배치해야 한다, 등.
다음달쯤 그는 영화사를 차린다. 그동안 공동대표를 맡아온 ‘좋은 영화’를 그만두고 독립하는 것. 내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한 창립작품은 직접 감독을 맡을 생각이다. 물론 코미디다. “10년은 계속 코미디만 하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
그의 소신은 “웃기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그의 목표는 “코미디를 가지고 칸 영화제에 가보는 것”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