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브리티시]데이비드 듀발 “우즈 독주 이젠 안돼”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35분


지난해 7월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를 떠나 미국 플로리다로 날아가고 있던 자가용비행기 안.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인 ‘클라렛 저그’가 놓인 좌석 건너편에 데이비드 듀발(30·미국)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우승컵과 자가용비행기의 주인은 듀발이 아닌 타이거 우즈였다.

그로부터 ‘와신상담’하길 꼭 1년.

‘우즈 공포증’에 시달리며 번번이 메이저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듀발이 마침내 제130회 브리티시오픈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메이저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듀발에게는 85만8000달러의 상금보다 ‘우즈를 꺾었다’는 자신감이 더 큰 소득이 아니었을까.

우즈의 그늘에 가린 듀발의 지난 3년은 마음고생의 연속이었다.

이날 외신들이 ‘드디어 다윗(데이비드 듀발)이 골리앗(타이거 우즈)을 꺾었다’고 비유했을 정도로 듀발에게는 ‘만년 2인자’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미국 언론은 93년 프로에 데뷔한 듀발을 ‘차세대 니클로스’로 추켜세웠다. 전미주니어챔피언과 조지아공대 재학시절 4년 연속 전미 최우수 아마골퍼로 뽑혔던 그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했다.

프로데뷔 4년 만인 97년 미켈럽챔피언십에서 우승물꼬를 튼 듀발은 그해 시즌 마지막 3개대회를 연속 제패하며 상금랭킹 2위로 마쳤다. 우즈가 주춤했던 98년에는 시즌 4승으로 당당히 상금랭킹 1위(259만달러)를 차지하며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듀발과 우즈에게 골고루 양분됐던 스포트라이트는 99년부터 우즈에게 집중됐고 듀발은 뒷전에서 우즈의 사상 최초 4대 메이저대회 연속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사실 올 브리티시오픈 우승예상에서 듀발은 간신히 이름만 올렸을 뿐. 하지만 듀발은 예상을 깨고 악명 높은 로열리덤&세인트앤스GC(파71)를 출전선수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의 언더파(10언더파 274타)로 정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번 대회 듀발의 우즈에 대한 완승은 3개의 파5홀에서 결판났다.

듀발은 나흘간 단 한개의 보기도 없이 버디만 10개 낚았다. 반면 우즈는 버디는 5개에 그치고 3라운드 7번홀(파5)에서는 더블보기까지 기록했다.

파5홀 승부에서 7타나 앞선 듀발은 우승권에서 이미 탈락한 우즈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리고 낙승을 거둘 수 있었다.

최종 18번홀에서 우승퍼팅을 마친 듀발은 자외선 과민반응 때문에 실내에서도 좀처럼 벗지 않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시상식 직후 클라렛 저그 하단에 새겨진 역대 우승자 명단 맨 마지막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며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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