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신권 '환매자금' 마련 비상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53분


투기등급 채권을 대량 보유한 하이일드 및 채권담보부증권(CBO)펀드들의 만기가 잇따라 돌아오면서 투신권의 자금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채권시장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CBO와 하이일드, 뉴하이일드 펀드의 규모는 모두 5조1580억원 가량. 이미 만기가 돌아왔지만 아직 환매요구가 없는 고위험 펀드까지 합하면 9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펀드는 투기등급 채권을 50% 이상(뉴하이일드 A형은 30%) 자산으로 편입해 수익성과 위험성이 동시에 높은 상품들.

하반기 하이일드·CBO펀드 등 만기도래 규모(단위:억원)
하이일드CBO펀드뉴하이일드
3/4분기2749271675621
4/4분기231187404992
합계50603590710613
(자료:금융감독원, 올 4월 기준, 추가형 제외)

이 펀드들의 만기가 돌아오면 투신권은 언제든지 투자자의 환매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기등급 채권을 소화할 시장이 전무한 상황에서 채권을 팔아 환매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는 것.

이들 펀드는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펀드가 예상보다 인기가 없는 데다 이들 펀드에 편입된 후순위채는 상당부분이 신용등급 CCC급 이하로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펀드로 바로 편입될 수 없어 투신권은 자칫 이 물량을 그대로 떠 안아야 할 부담이 있다는 것.

한화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후순위채를 다시 새로운 펀드로 소화하려 해도 시가로 평가해 편입시켜야 하기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단 투신권은 기존 펀드들의 수익성이 비교적 좋아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기등급 채권의 부도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지 않는 한 이들 펀드로부터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

채권시장 관계자는 “하지만 우려가 있는 만큼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펀드로 자금을 유인할 묘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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