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N암로증권은 23일 국내증시가 현지수대(524.21포인트)에서 급격히 반등하기보다는 추가하락의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450포인트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증권사는 IT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와 외국인들의 순매도 공세 그리고 국내투자자들의 여전히 높은 '안전자산 선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등 국내 IT주식들의 추가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IT기업들의 현주가엔 3/4분기 수익성 악화 우려감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우동제 현대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도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했다. 그는 23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은 2/4분기(6000억원)의 절반인 3000억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일시적으로 15만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23일 종가는 17만 3000원.
ABN암로증권은 6월들어 부쩍 강화된 외국인들의 순매도 공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은 6월(3억7천만달러)에 이어 7월에도 2억7천만달러를 국내증시에서 찾아갔다(15일 기준).
하이닉스반도체와 한국통신의 대규모 GDR(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주식을 매도한 것이 주원인. 하지만 아르헨티나 외환위기 가능성과 국내 IT산업의 장기침체 우려감도 외국인의 순매도를 촉발시켰다고 이증권사는 분석한다.
최근 해외투자설명회에 다녀온 일부 시장전문가들도 "외국인들은 PC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경기 바닥권 논의 자체를 무의미하게 생각한다"며 "헤지펀드들은 국내증시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대한 비중을 가급적 축소하려고 하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 매도는 계속될 것이다"고 해외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국고채와 BBB-등급 회사채의 금리차이(spread)가 연초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주식시장엔 부정적인 신호다.
인터넷 채권정보 사이트인 본드웹(www.bondweb.co.kr)에 따르면 1월의 국고채(3년물)와 회사채(BBB-,3년물)의 평균금리차이는 566bp. 6월의 양자의 평균금리차이는 540bp로 1월에 비해 불과 26bp정도 줄어들었다.
ABN암로증권은 "경기회복 지연으로 A등급 이하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채에 대한 투자도 꺼리고 있는 형편에 이들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기란 더욱 더 어렵다는 게 ABN암로증권의 판단이다.
이같은 분석을 통해 삼성전자 등 IT주식의 비중을 줄이라고 권한다. 동시에 국내증시의 약세로 증권주들도 비중을 축소하라고 지적한다.
반면 최근 조정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재매수할 것을 권한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주들도 비중을 늘리라고 권한다. 모두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견해가 '지나치게 비관적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성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증시를 둘러싼 악재들은 이미 상당수준 주가에 반영됐다"며 "시장참가자들이 국내외 악재에 과잉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팀장은 "국내경제가 연말로 갈수록 호전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현시점에선 주가반등을 확신하며 기다라는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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