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계급을 연극의 주인공으로
'왕과 영웅의 이름은 화려함과 장엄함을 주지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다. 반면에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불행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에 파고든다.'
이 말은 레싱이《함부르크 희곡론》에서 밝힌 연극에 대한 그의 중심 견해다. 당시의 희곡은 모두 궁정사회의 귀족들의 생활을 주로 담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뿐만 연극에서조차도 귀족만이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고, 귀족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시대를 짖누르는 계급차별은 연극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고,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시민 계급의 한 사람인 레싱 역시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무대에서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을 아무리 보여주면 무엇하나? 그것은 우리의 생활이 아니야!"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온 레싱의 이러한 각성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18세기는 상인, 종교인, 교육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계급이 새로운 각성을 얻음과 동시에 사회의 중심으로 서서히 부상하던 시대다. 이때 시민사회는 그들이 갖는 문제와 그들의 자의식을 반영하는 작품이 나오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었고, 레싱은 독일사회에서 그러한 요구에 처음으로 부응한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레싱이 남긴 4편의 희곡《사라 샘손 양 Mi Sara Sampson》(1755)《민나 폰 바른헬름 Minna von Barnhelm》(1767)《에밀리아 갈로티 Emilia Galotti》(1772)《현자 나탄 Nathan der Weise》(1779)은 모두 당시로서는 볼 수 없었던 '시민 비극'이라는 장르를 취하고 있다. '시민비극'은 시민계급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부상시키고, 그들 사이의 갈등과 고뇌에 초점을 맞춘 비극 장르로 당시로서는 너무나 파격적인 것이었다.
◇ 종교가정에서 성장한 영리한 아이
독일 계몽주의 시대의 극작가. 독일 카멘츠 출생. 중요한 연극이론서를 저술한 이론가로서도 명성이 높다. 부친은 열정적인 목사로서 아들인 레싱에게 소년으로서 갖추어야 할 신앙심과 진리에 대해서 체득할
수 있는 가정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종교적인 작업과 깨어 있는 비판정신, 그리고 끊임없는 탐구정신도 바로 이러한 가정의 분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레싱의 부친은 마이센에 있는 성 아프라 쿠르작스 왕립학교에 교목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래서 1741년부터 46년까지 레싱은 이 학교에 다녔는데, 보기 드물게 뛰어난 학생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보기에
그는 언제나 학우들과 마음껏 뛰어놀고 있었지만, 항상 누구보다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탄탄한 지식을 쌓아갔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의 참견을 허용하지 않는 까다롭고 고집 센 진리의 탐구자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라이프치히 대학에 진학하여 신학과 어문학 그리고 의학을 공부하게 된다.
◇ 문학을 향한 인생행로
처음으로 그가 글을 쓰게 된 것은 고향선배인 밀리우스가 편집자로 있는 잡지에 시와 산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그가 습작기에 쓴 희극으로는 《젊은 학자 Der junge Gelehrte》(1747)가 있는데, 이를 계기로 문필가라는 직업을 택하기로 결심한다. 특히 그는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당대의 뛰어난 문필가와 예술인과 교류하면서 정신적인 충족을 얻는다. 술처, 람믈러, 니콜라이, 멘델스존, 클라이스트와 같은 이름은 레싱과 함께 당대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존귀한 이름들이다.
1755년부터는 라이프치히에 거주한 레싱은 그의 첫 희곡 《사라 샘손 양》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희곡들 《민나 폰 바른헬름》《에밀리아 갈로티》《현자 나탄》은 불후의 명작으로 남았다. 뿐만 아니라 레싱은 뛰어난 연극 이론가이자 문예비평가로서 다양한 저술을 남기면서 비평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대표적인 문예비평으로는 《최근의 문학에 관한 서간 Briefe, die neutest Literatur betreffend》(1959/65)이 있으며, 시학서로는 《라오콘 또는 회화와 문학의 차이에 관하여 Laokoon oder ber die Grenzen der Malerei und Poesie》(1766), 그리고 뛰어난 연극론 《함부르크 희극론 Hamburgische Dramaturgie》(1766)은 오늘날까지 변함이 없는 연극이론서로 평가된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세상의 종교 중에 어느 한 종교가 뚜렷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현명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십자군 시대, 세계 종교 도시 예루살렘. 기독교,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이곳 예루살렘에서 만난다. 부유한 유대인 상인 나탄은 사업상 떠났던 긴 여행에서 돌아온다.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딸 레하가 불에 타 죽기 직전 젊은 기독교 기사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나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기독교 기사는 전쟁 후에 포로로 잡힌 몸. 따라서 관례에 따라 교수형에 처해질 운명이었지만, 이슬람 왕인 살라딘의 은사로 목숨을 건진 사람이다. 그런 기독교 기사의 도움으로 유대교 집안의 딸 레하는 목숨을 건진 것이다.
한편 살라딘 왕은 현명함과 재력을 겸비했다는 평판이 자자한 유태인 상인 나탄을 시험하고자 '어떤 종교가 가장 진정한 종교인가?'하는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현자 나탄의 대답은 뜻밖에도 흥미로운 한편의 우화였다.
"동방의 한 왕가에 반지가 하나 있었다. 그 반지를 가진 사람은 '신과 인간의 사랑을 받게 되는 신통력'을 얻게 된다고 한다. 왕들은 죽음을 앞두었을 때 가장 총애하는 아들에게 매번 반지를 물려주었다. 그러나 이번 왕에겐 똑같이 사랑하는 아들이 셋이 있었다. 그들 중 누구에게 반지를 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없었던 왕은 반지의 모조품을 두 개 만들어서 세 아들에게 물려주고 죽었다."
진짜 반지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찾아낼까?...
◇ 글쓴이 김선미
서강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주요 논문으로 <당통의 죽음 연구>, <뉴저먼시네마와 문학작품의 영화화> 등이 있다. 현재 천리안 작은 동호회 영화 커뮤니티 시사회 담당자로 활동 중이다.
◇ 북코스모스 가이드북 필자 E - mail : Kimsm95@chollian.net, zbscine1@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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