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대표팀감독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탄식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더 이상 ‘최강’의 자존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25일 콜롬비아 마니살레스 팔론그란데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온두라스의 2001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8강전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브라질이 0-2로 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브라질이 이 대회 4강에 못 오른 것은 93년 이후 처음.
이날 경기는 말 그대로 ‘파란’이었다. 이번 대회에 불참 통고한 아르헨티나 대신 급조된 온두라스는 국가대표 주전이 대거 빠진데다 그나마 간판 플레이메이커 오스카 라고스가 마약 복용 혐의로 추방된 사실상 B급팀.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온두라스는 1무 2패로 한번도 브라질을 이겨보지 못한데다 통산 3골을 넣고 14골이나 허용했을 정도다. 브라질 역시 히바우두, 카를로스 등 주전들이 비록 빠졌지만 경기 전 브라질의 패배를 점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브라질은 전반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온두라스의 끈끈한 수비에 막혀 득점에 실패했다. 승부처는 후반 14분. 온두라스 마르티네스가 헤딩슛한 볼이 골포스트를 맞았으나 다시 골라인에 서있던 브라질 벨레티의 몸에 맞고 골문으로 굴러 들어간 것.
브라질은 이후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총 공세로 나섰으나 경기 종료 직전 마르티네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홈팀 콜롬비아가 빅토르 아리스티사발(2골)과 조바니 에르난데스(1골)의 활약에 힘입어 페루를 3-0으로 완파, 준결승에 합류했다. 아리스티사발은 이날까지 5골을 기록, 전날 8강에서 탈락한 코스타리카의 파울로 완초페와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한편 대회 준결승전은 26일 멕시코-우루과이, 27일 온두라스-콜롬비아의 단판 승부로 치러진다.
<배극인기자·APAFP연합>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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