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이 폭등하게 된 원인은 여럿 있다. 저금리시대에 소득보전 차원에서 주택보유자들이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를 선택한 영향도 크지만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여기에 덧붙여 일부 지역의 아파트 재건축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건축기간 동안 살 집을 구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의 비정상적 부동산 과열조짐이 일정부분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건설의 경영위기 이후 정부가 건설경기 진작을 위해 부동산관련 세제를 바꾸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각종 부양정책을 도입했던 것이 사실인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원하던 건설경기는 움직임이 작았던 반면 원치 않던 부동산 투기현상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이 정부 들어 1998년 소형주택건설 의무비율을 폐지한 것이 결과적으로 건설회사들의 배만 부르게 하면서 소형 서민주택의 공급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규제완화도 좋지만 결과를 생각지 못한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물론 적당한 수준의 부동산 경기상승은 경제를 자극해 소비촉진과 공급확대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기회를 넓히는 효과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개발경제시대 부동산붐으로 조성됐던 경제의 거품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내용이 좋지 않다.
사태가 이처럼 급박하게 진전되는 데도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민생활 안정책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원칙론적 대응도 물론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최소한 3년 이상 걸리는 입주시점까지의 전세난과 집값 이상폭등을 진정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재건축 수요를 시기적으로 분산하는 등 단기성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경제회생을 위해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에 유혹을 느끼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번 과열되면 여간해서는 불길을 잡기 어려운 것이 부동산경기라는 점에서 정부의 선택은 옳지 않았다. 저소득층인 무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은 정부가 부동산투기 조짐을 서둘러 진화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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