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총리는 워싱턴과 시애틀을 방문해 미국 교육부장관을 면담하고 재미 한인학교협의회 총회와 교육관 교육원장회의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현지 중고교 방문과 대입학업적성시험(SATⅡ)의 한국어시험 관계자를 격려하는 일정도 있었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교육부장관이 주 정부가 아닌 연방 정부의 교육부 장관과 회동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보도자료를 내는 등 한 부총리의 방미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막상 방미를 취소하면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는 20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의 여파 때문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교원 2만3600명 증원, 국립대 교수 2000명 채용, 학급당 학생수 35명으로 감축 등 ‘야심찬 계획’이 크게 홍보되길 기대했지만 언론이 2005학년도부터 대입 제도가 변경된다는 데 초점을 맞추자 청와대가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한 부총리의 방미는 애초부터 ‘무리한 행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에서도 “부총리가 꼭 가야 할 만큼 중요한 행사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를 진언한 간부들은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한 부총리의 방미를 못마땅해 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 부총리가 취임한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부 장관 회의 참석, 시도교육청 순시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았다”면서 “한가하게 외국이나 다닐 처지가 아닌데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무리하게 방미를 추진하다 취소함으로써 미국의 장관 면담을 부랴부랴 취소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하게 됐다. 장관이 신중하지 못하게 처신하고 청와대 눈치에 연연하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스럽다.
이인철<이슈부>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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