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 '法治'가 흔들리는가

  • 입력 2001년 7월 24일 18시 38분


대한변호사협회가 정부의 개혁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대한변협은 엊그제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 대회’에서 정부의 개혁추진 방식을 비판하는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정부의 개혁조치가 합법성과 정당성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에서 현저하게 후퇴해 국가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비용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변호사 대회의 토론 참석자들이 대부분 ‘법이 아닌 힘의 지배’, 이에 따른 ‘무리한 개혁’을 지적했고 이것이 4600여명의 변호사를 회원으로 둔 대한변협의 공식 결의문 채택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변협의 자체 의견수렴 과정 등으로 미루어 이 결의문은 상당부분 국민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의료개혁 교육개혁 언론개혁 등에서 보았듯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개혁의 목표와 명분은 분명했다. 거기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절차와 방법이다. 집권세력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여론몰이로 명분을 축적했고 그 결과 개혁의 방향과 대안 등을 놓고 사회적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때는 정치개혁이란 명분에 밀려 정부 여당이 시민단체의 불법적인 낙천 낙선운동을 사실상 조장하기도 했다. 언론사 세무조사만 하더라도 그 시기와 방법, 무가지(無價紙)를 접대비로 간주한 세금 추징 등으로 미루어 정부가 말하는 ‘통상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같은 ‘무리한 개혁’이 결국 법 집행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낳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이 변호사 대회에서 지적한 대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정당한 법 집행마저 방해하고 여론의 이름으로 재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 우려할 만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이 ‘만인(萬人) 대 만인의 투쟁과 같은 혼란상과 그에 따른 법 경시 풍조’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측이 ‘대한변협의 결의문은 보수 기득권층의 조직적 저항’이라며 대한변협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법은 결코 통치행위의 편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만인의 이익을 위한 규범이어야 한다. 이것이 법치의 기본이며 개혁의 성공도 이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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