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변호사 대회의 토론 참석자들이 대부분 ‘법이 아닌 힘의 지배’, 이에 따른 ‘무리한 개혁’을 지적했고 이것이 4600여명의 변호사를 회원으로 둔 대한변협의 공식 결의문 채택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변협의 자체 의견수렴 과정 등으로 미루어 이 결의문은 상당부분 국민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의료개혁 교육개혁 언론개혁 등에서 보았듯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개혁의 목표와 명분은 분명했다. 거기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절차와 방법이다. 집권세력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여론몰이로 명분을 축적했고 그 결과 개혁의 방향과 대안 등을 놓고 사회적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때는 정치개혁이란 명분에 밀려 정부 여당이 시민단체의 불법적인 낙천 낙선운동을 사실상 조장하기도 했다. 언론사 세무조사만 하더라도 그 시기와 방법, 무가지(無價紙)를 접대비로 간주한 세금 추징 등으로 미루어 정부가 말하는 ‘통상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같은 ‘무리한 개혁’이 결국 법 집행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낳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이 변호사 대회에서 지적한 대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정당한 법 집행마저 방해하고 여론의 이름으로 재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 우려할 만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이 ‘만인(萬人) 대 만인의 투쟁과 같은 혼란상과 그에 따른 법 경시 풍조’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측이 ‘대한변협의 결의문은 보수 기득권층의 조직적 저항’이라며 대한변협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법은 결코 통치행위의 편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만인의 이익을 위한 규범이어야 한다. 이것이 법치의 기본이며 개혁의 성공도 이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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