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의 음악작품이 두 장의 CD로 묶여져 나왔다. 첼리스트 토마스 베크만이 연주한 ‘찰리 채플린의 음악’(굿 인터내셔널 발매). 영화 ‘라임라이트’ 주제곡 등의 영화음악과 1954년 냇 킹 콜이 불러 빌보드 차트 10위에 오르기도 한 ‘스마일’ 등 24곡이 실렸다.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채플린은 실제로 음악에 많은 애정과 헌신을 쏟았다. 영화배우로 대성공을 거두기 전, 그는 종종 첼리스트이자 바이올리니스트로 무대에 오르는 ‘연주가’이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왼손잡이 연주가였다. 왼손 연주에 맞게 악기를 개조하는 데 이미 많은 돈과 정성이 들었지만, 그는 하루 네시간에서 여섯시간을 꼬박 연습했다고 전해진다. 실력이 썩 훌륭했는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대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는 그의 연주를 듣고 ‘상대적으로 훌륭하다’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평가를 내렸다.
한 번은 ‘음악 비즈니스’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야심을 펼치기도 했다. “2000장의 음반을 만들어 손님을 기다렸다.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세 장이 팔려나간 것이 전부였다.”
음반사업은 희극 영화처럼 끝이 났지만, 대신 그의 음악적 감각은 작곡 쪽으로 펼쳐졌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는 스스로 음악을 맡았다.
“내가 작곡한 낭만적 음악들은 내 희극영화에 감성적인 부분을 보탰다. 그러나 다른 담당자들은 이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들은 음악이 그냥 웃겨주기를 바랬으니까.” 그러나 그는 우아하고 매력적인 음악이 희극의 ‘균형’을 잡아주기를 바랬다. 오늘날 영화음악 평론가들이 그의 영화에 ‘플러스 알파’ 점수를 주는 이유다.
음반으로 듣는 그의 음악은 자연히 무게 있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소품에 가깝다. 우아하고 순수하면서도 멜랑콜릭한 선율이 가슴에 살풋 얹힌다. 마치 저녁 안개 속에 가스등의 아련한 빛이 퍼져나가 듯…. 1989년 독일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유럽 발매 당시 독일 레코드비평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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