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인 현수 군의 얼굴은 땀방울이 가득 맺혔다. 자신이 만든 로봇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로봇을 다시 분해해 다리와 몸통의 조립 부분을 고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현수는 친구와 함께 컴퓨터를 보며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명령어가 잘못됐잖아.” 현수는 프로그램을 고쳐서 다시 입력했다. 스위치를 켜자 로봇은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스스로 조립하거나 인공지능을 갖춘 교육로봇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들어 전국 학교나 컴퓨터 학원 등에 마련된 로봇 교실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몰리고 있으며, 3회째에 불과한 국내 로봇올림피아드 대회에는 올해 전국에서 1500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등 각종 로봇대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미미하던 교육로봇 시장은 올해 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교육로봇 등 공장용 로봇과 구별되는 이런 ‘서비스 로봇’시장이 2005년까지 2조엔(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장용 로봇은 이때까지 1조3000억엔(약 13조원) 수준. 자동차를 만들던 아톰이 ‘교육과 놀이’로 직업을 바꾼 것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교육로봇은 부품을 사서 직접 조립하는 로봇이다. 명령을 받아 지시하는 전자회로를 비롯해 모터, 바퀴, 팔과 다리, 센서 등을 알맞게 조립하면 로봇의 몸통이 완성된다. 이어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짜서 로봇에게 입력시키면 로봇은 주인의 명령대로 움직인다. 한번 로봇교실이 열리면 학생들은 로봇을 조립하고 명령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로봇에 매달린다.
특히 올들어 초등학생들에게도 로봇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국내 회사들이 로봇에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어린이들이 그림으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개발했기 때문이다. 로봇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하늘아이의 박종필 이사는 “요즘 로봇교실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생도 기초적인 로봇을 만들곤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로봇이 훌륭한 교육 보조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는 대부분의 초·중학교에 로봇 수업이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학교 수업중에 로봇을 만드는 과정이 많다.
빛을 따라가는 로봇 등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로봇이지만 뚝딱거리다 보면 전기, 저항, 운동, 센서 등 물리학과 전자·기계공학의 기본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전문가들이 로봇을 컴퓨터와 함께 21세기형 교육수단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완구도 99년말 토이트론이 처음 선보인 뒤 여러 업체들이 있따라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출시된 로봇 완구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 미국의 경우 98년부터 시작된 로봇 완구 시장이 지난해 1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가정에 한 개씩은 로봇 완구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교육로봇이 외국처럼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로봇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 아직은 교육효과를 높이고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김경근 마이크로로봇 사장은 “국내에서는 로봇교육이 수업과 연계되지 못하고 적성이나 특기 교육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며 “영화로 본 로봇 등 흥미를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활용법 등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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