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한변협의 시국관련 결의문 채택을 놓고 야당 원내총무가 ‘대통령 탄핵’을 서슴없이 입에 올리는 것이나 여당 대변인이 이를 ‘정당해산권’ 운운하며 되받아치는 상황은 마치 헌정중단위기마저 감돌았던 5공말기 상황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는 게 세평(世評)이다.
이 와중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상황에 대응하는 여당의 태도, 특히 여권 입장을 대변하는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의 과격일변도의 대응이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조차 “누가 야당대변인인지 모르겠다”는 우려 섞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 대변인은 24일 변협 결의문이 보도되자 즉각 “변협 회장이 특정고 출신이고 발제에 나선 분들 대부분이 특정지역 출신이었다는 점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치고 빠지기’ 식의 무책임한 논평을 내놓았다.
또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가 변협 토론내용을 인용, 대통령 탄핵문제를 거론하자 ‘사견’을 전제로 “더위를 먹었나. 헌법에 정당해산권이 있다는 얘기만 해주고 싶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25일에는 아예 “한나라당이 헌정중단 사태를 꾀하고 있다”며 “정당해산사유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식논평을 내놓았다.
이런 논평을 접하면서 전 대변인이 자신의 발언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스스로 과소평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여당 대변인의 발언은 항상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간주(看做)’된다는 점이다.
야당의 ‘막가파식’행태에 분개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헌정질서야말로 모두가 최후까지 지켜야 하는 ‘게임의 룰’임을 망각해서는 안될 듯하다.
김창혁<정치부>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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