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 만기일은 다가오는 데 이사할 집을 구할 수가 없어요. 할 수 없이 용인으로 왔는 데 전세금을 예상한 것보다 2000만원 이상 더 치러야 했습니다.” J씨처럼 이사집을 찾지 못하거나 전세금 급등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적잖다.
예년같으면 장마철에 삼복(三伏)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부동산 비수기여서 이사집 구하기가 수월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보급률 등을 감안하면 연간 40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되어야만 전세문제가 원활하게 안정된다고 말한다. 건설교통부는 이에 대해 98년(30만가구)을 제외하곤 99년 40만가구, 2000년 43만가구 등 적정 물량이 공급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사업승인 기준이지 실제 공급물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연간 20만∼30만가구 안팎에 불과하다는 게 주택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은 잠실 청담도곡 등 저밀도지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에 따른 이사수요가 일시에 집중되면서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하면서 집 1가구가 헐리면 주변 일대에 3, 4가구의 이사수요가 생긴다. 현재 강남 일대에 올 연말까지 사업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아파트는 대략 1500여가구. 따라서 이사수요가 4500∼6000가구 정도가 발생한다.
반면 일대의 신규 입주 아파트는 2000가구 정도에 불과,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전세매물 부족현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저금리다.
시중은행의 예금이자율이 5∼6%대로 낮아지면서 상당수 집주인들이 임대료 수입을 노리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
건교부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수도권지역에서 계약이 끝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 주택이 무려 43%에 달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같은 요인들이 상당기간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세계약 만료가 얼마남지 않은 세입자라면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지런히 신규로 입주할 아파트를 찾아보고, 서울 강남보다는 강북지역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또 아파트만 고집하지 말고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 등을 찾아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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