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美 100대기업 CEO분석]30%만 경영관련 학위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43분


‘경영학 공부 안해도 훌륭한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경영대학원 석사(MBA)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까지 오르는 시대지만 정작 미 재계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CEO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USA투데이지가 24일 보도했다.

컨설팅업체 스펜서 스튜어트의 조사에 따르면 1000대 미국 기업 CEO 중 3분의 1 정도만이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거나 MBA 학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등 탁월한 경영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CEO들은 대학 시절 경영학이 아니라 역사학 철학 생물학 등을 공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의 귀재라고 일컬어지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도 화공학으로 석사는 물론 박사까지 받았다.

▼비경영학 전공 CEO▼

CEO회사전공대학
잭 웰치GE화공학일리노이대
칼리 피오리나HP철학·중세사스탠퍼드대
샌포드 웨일씨티그룹행정학코넬대
마이클 델델컴퓨터생물학텍사스대
루이스 거스너IBM공학다트머스대
마이클 아이즈너디즈니영문학·연극데니슨대
존 루스코닝동양사얼햄대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경영자로서의 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 비경영학파 CEO들의 주장. 스탠퍼드대에서 중세역사를 공부한 HP의 피오리나 회장은 “인간의 유구한 역사를 공부한 것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아이즈너 회장도 “영화업계에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대학 시절 문학을 공부한 덕분”이라고 회고했다. 아이즈너 회장은 자녀들을 모두 문학을 공부하도록 설득했을 정도.

대학 시절 단 한 개의 경영학 관련 과목을 들었을 뿐이라는 델컴퓨터의 델 회장은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사고”라며 “대학 전공은 경영 자질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동양아시아학을 공부한 존 루스 코닝 회장은 경영전략 수립에 대학 시절의 전공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광섬유 사업의 아시아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는 그는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하는 한국 일본 중국의 문화로 볼 때 아시아 시장이 가장 유망하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빌 게이츠, 잭 웰치 등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유명 CEO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 “경영자가 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굳이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법학 전공), 필립 콘디트 보잉 회장(공학 전공) 등 대학 시절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은 CEO들이 나중에 MBA 학위를 받은 것처럼 일단 경영자가 되면 사업상 필요 때문에 경영학에 관심을 갖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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