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김칫국 마시는 격인지 모르겠으나 미국과 국내 증권가에서 요즘 단골로 나오는 얘깃거리다. 지금이 경기 및 주가의 바닥권이라고 가정할 때 무엇을 저점매수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이다.
가장 먼저 품평회에 오르는 후보는 역시 정보통신(IT)산업. 올들어 가장 많이 망가졌으니까 회복기에는 가장 먼저 기력을 차릴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견이 분분하다.
골드만삭스의 한국조사담당 임태섭이사는 “IT산업의 수익성이 올해 급격한 하락에 따른 반등으로 내년에는 가장 빨리 증가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저점매수를 권했다.
반면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7월 30일자에 인용된 골드만삭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얀 헤이치우스(Jan Hatzius)의 주장은 “내년에 기술부문 지출이 전체 경제의 성장률보다는 빠르게 증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최근 30여년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기술부문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
헤이치우스씨가 지난 1968년 이래 7차례에 걸친 불황 직후의 회복기를 조사한 결과 기술부문(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통신장비)에 대한 투자 증가율은 회복기 첫해에 평균 9%에 그쳤으며 장기추세인 14%에는 회복 2년째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기술투자 붐은 경기순환의 후반부에 일어나는 경향이 있으며 올해 기업수익증가율이 -6%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기간 기술부문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산업 경기와 개별기업의 운명을 나눠보고 경기와 주가의 차이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가 급격한 하강국면에서 상승국면으로 전환하면 단순한 성장률 수치의 변화 뿐만아니라 산업별 비중 및 산업내 기업별 지위 등의 구조적인 변화도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80년대말 최고의 첨단주로 각광받았던 카 스테레오와 무선이동전화기를 제조하던 업체들이 90년대초 경기순환과정에서 외곽으로 밀려났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
강팀장은 “호황기에 단순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폭발했던 상당수 IT주식들이 이번 경기순환에서 급격한 재편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해서, 혹은 근근히 잘 버텨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저점매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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