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는 이영일(30) 씨.
경희대 원자력공학과를 90학번으로 들어간 뒤 94년 KAIST 대학원 석사과정부터 시작해 올해 박사 학위를 받게 됐다.
국내 대학에서 원자력 박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같은 달 서울대에서도 이나영(여·30)씨가 원자력 전공으로 함께 박사 학위를 받는다.
“남들 안한 것을 해야 희소성이 생긴다는 생각에 원자력을 선택했죠. 그런데 워낙 과에 여자가 없어 쓸쓸하기는 했어요. 결혼식장에 온 대학 여자친구가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사실 그녀는 주부 박사다. 그것도 4살짜리 딸을 키우면서 박사가 됐다. 석사때 만나 결혼한 남편과 ‘계획해서’ 박사 2년차에 아이를 낳고는 직접 키웠다.
낮에는 보모가 아이를 돌봤지만 밤에는 남편과 번갈아가며 아이를 길러야 했다.
그러면서도 박사 과정동안 국내외 학술회의에 14편의 논문을 냈다. 남편도 KAIST 기계공학과에서 박사를 받았다.
“오히려 결혼생활이 공부에 많은 도움을 줬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강해졌죠. 아이를 보며 ‘떳떳한 엄마가 되자’고 생각하니까 게으를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살다보니 짜증나고 지치는 일이 많았다. 아이를 낳을 때는 생사를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임신중에 무리한 탓인지 난산이었고, 마취가 깨지 않아 병원에서 일주일을 누워 있었다.
당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며 후회하기도 했지만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가 박사 학위를 받는데는 남편의 도움이 컸다. 그녀보다 3살 많은 남편은 이 씨가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종종 해결책을 제시해 주곤 했다.
자신도 공부하는 입장이었지만 같이 아이를 보는 등 기꺼이 살림을 나눠 맡았다.
그녀는 일단 원자력과 관련된 연구소로 갈 계획이다. 그녀의 전공은 ‘환경경영’. 원자력발전을 환경을 고려한 경영 기법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원자력발전 방법을 만들어 장기 에너지정책에 반영하고 싶습니다. 꼭 뭐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