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에 오돌오돌 돋은 땀띠를 보고 우리 신랑이 던진 말입니다.
뜨아아…내가 왜 땀띠로 고생하는데…암만 더워도 전기료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은 모셔만 두고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이 무더위와 폭우 속에서도 청소하랴, 설거지하랴 땀을 뻘뻘 흘려대니 땀띠가 안 날 재간이 있나요? 알뜰주부의 증표가 바로 이 땀띠이건만…어리석은 남정네들이 이 깊은 뜻을 어찌 알겠어요…
라틴 아메리카나 남태평양 사람들은 날씨가 더워도 굉장히 낙천적이라죠? 전 날씨가 조금만 더워져도 인생이 우울해지니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 쪽 아줌마들도 더위에 살림도 하고 애도 키우고 다 할텐데…제 인격수양이 모자란 탓일까요? 날씨도 더운데 이것저것 쓸고 닦고 하려니 짜증 폭발 직전입니다.
이럴 땐 무조건 시원한 걸 먹으면서 열을 식혀주는 게 최고죠.(안 그럼 홧병 생겨요…) 특히 팥빙수 한 그릇 먹으면 뱃속도 쨍하게 시원해지지만 기분도 좋아져요. 특히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카페에서 친구들이랑 ‘카페가 떠나가라’ 수다를 떨면서 먹으면 진짜 진짜 맛있지요. 요즘은 팥빙수들도 간이 부었는지 만원을 넘는 고품격 팥빙수도 많지만 그래도 팥빙수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것이 맛도 대체로 좋은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전 집에서 만들어 먹는 팥빙수는 별로예요. 물론 얼음도 깨끗하고 과일도 정갈하고 게다가 ‘엄마의 정성’이 들어갔으니 확실히 맛있겠지요. 저도 철없던 시절엔 엄마가 미키마우스가 달린 기계로 얼음을 갈아 만들어주신 팥빙수만 좋아했었으니깐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아니, 세끼 밥도 모자라 팥빙수까지 만들어 바쳐야 하나?’싶어요. ‘그런 건 고생하시는 엄마를 모시고 나가 기분좋게 사드릴 껄…뭐 고급스런 입맛이라구 팥빙수까지 만들어달라고 졸랐나…’후회막심입니다.
그래서 전 웬만하면 팥빙수 기계는 안 사려구요. 그거 하나 들여놨다간 먹성좋은 남편을 위해 얼음 열불나게 갈아대느라 땀띠 더 늘어날 껄요. 괜히 심술나면 땀띠 맛사지하던 얼음까지 갈아서 확 먹여버릴 수도 있구요. (흐흐흐…무섭죠? 엽기 아줌마…)
제가 아주 좋아하는 빙수집이 있는데요, 그 집의 비법이 얼마 전 잡지에 나왔더라구요. 우선 얼음을 얼릴 때 그냥 생수를 얼리는 것이 아니라 우유를 섞어서 얼린대요. 그럼 끈끈한 연유를 넣지 않아도 우유 맛이 살아나구요. 과일 칵테일 대신 꼭 생과일만을 고집하며 시리얼, 콩가루, 젤리 같은 ‘잡것’들은 넣지 않는 거죠. 꼭 필요한 것들이 조화롭게 들어가 있는 그 팥빙수! 예술입니다. (굳이 집에서 만든 팥빙수만을 고수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덥고 습기찬 여름, 짜증나고 찝찝하지만 팥빙수를 먹어가며 이겨내 볼랍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여름 다음엔 가을이 오니까…
***깔끔한 팥빙수 만드는 법***
재 료 : 생수와 우유 1:1로 섞은 것, 수박, 참외, 딸기 조금, 단팥, 찹쌀떡 등
만들기 : 1. 생수와 우유를 1:1로 섞어 얼린다
2. 수박과 참외, 딸기 등 계절 과일을 나박나박하게 썰어 놓는다
3. 찹쌀떡도 조그맣게 썬다
4. 생수와 우유를 섞은 얼음을 간다
5. 얼음 간 것 위에 떡을 얹고 그 위에 단팥을 얹는다
6. 과일로 장식한다
ps. 요즘은 팥빙수도 개성시대죠? 쟁반 팥빙수에 정통 일본식(팥만 넣어주는)팥빙수도 있고, 천원짜리 빙과회사에서 나오는 팥빙수도 있고…제가 먹어본 것 중엔 ‘아이스타워’란 게 제일 맛있고 보기도 좋던데요. 얼음을 정말 탑처럼 쌓은 건데 살살 부숴가며 먹는 맛이 기가 막히죠. 아, 점점 아무 생각없는 사람은 발붙이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죠? 창의적인 주부가 되기 위해 분발해야겠습니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