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투자기업, 윈-윈전략으로 시너지효과 '쑥쑥'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34분


이기호(李起浩)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최근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주한외국상의협의회,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토론회 등에 잇따라 참석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외자유치 노력을 적극 홍보하기 위해서다. 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큰 힘이 되었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이와관련, 외환위기 이후 지분인수나 합병 등을 통해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가운데 우수한 경영사례를 모아 최근 발표했다.

우선 99년 5월 네델란드 필립스사가 LG전자 액정표시장치(LCD)부문의 지분 50%를 인수하며 설립된 ‘LG필립스 LCD’. 기초기술 개발력이 뛰어난 필립스와 제품기술 개발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LG LCD는 연구개발(R&D)와 마케팅에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연구원은 평가했다.

저온 폴리 실리콘 초박막액정화면(TFT-LCD)과 초슬림화 첨단기술인 ‘사운드 마운팅’ 등의 기술을 세계 최초로 잇달아 개발한 것은 양사 합병에 따른 공격적 R&D의 결과였다.

독일의 FAG사가 98년 10월 한화기계의 베어링 부문의 지분 70%를 사들여 설립한 ‘FAG한화베어링’. 다국적 기업이 현지 파트너 기업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성공적인 합병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FAG는 70%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동등한 비율로 경영진을 구성하는등 화합을 중시했다. 또 가격대가 다른 양사 베어링의 브랜드를 통합 또는 분리할 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후자를 선호한 ‘소수’ 지분의 한화측 입장을 존중했다. 결과적으로 양사의 고객을 고루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 최대의 신문용지 생산업체인 보워터사가 한라제지 지분 100%를 인수한 ‘보워터 한라제지’는 합병직후 공장간 상호방문, 기술자들의 교류 등을 통해 이질감을 줄여 신속한 ‘화학적 통합’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통합 후에는 전 한라제지의 대불공장 생산현황을 온라인망을 미 본사에서 파악, 오작동과 불량을 줄임으로써 생산성을 10% 이상 높였다.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오티스가 99년 11월 국내 1위였던 LG산전의 엘리베이터 부문을 합병해 출범한 ‘LG 오티스 엘리베이터’는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LG도 오티스의 기술력과 브랜드에 힘입어 중국과 아시아로의 진출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스웨덴 볼보그룹이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부문을 인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외국자본과 국내기술이 합쳐져 상승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 볼보는 합병후 높은 기술과 우수한 노동력이 풍부한 경남 창원 공장을 그룹의 유일한 지게차 생산기지로 삼고 다른 지역의 공장은 폐쇄했다.

연구원의 장윤종 박사는 “외국 기업과의 합병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각 사에 맞는 ‘윈-윈’ 전략을 찾으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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