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뜨는 CIA, 지는 FBI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38분


‘뜨는 CIA, 지는 FBI.’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미국의 국가안보와 치안을 책임지는 양대기관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2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조지 테닛 CIA국장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부시 행정부 내에서 CIA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CIA의 유대는 행정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론 대통령이 CIA의 보고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테닛 국장은 거의 매일 오전 10쪽 분량의 기밀 보고서를 휴대하고 백악관을 방문, 부시 대통령에게 주요 현안에 관해 보고하는 한편 주말에도 종종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가 보고를 하고 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CIA 1일 보고를 중시, 외국을 순방할 때도 CIA 고위간부를 수행케 해 CIA 본부에서 암호로 보낸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다.

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CIA국장을 만나주지 않은 채 보고서만을 읽고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불평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클린턴 행정부의 첫 CIA국장이었던 제임스 울시는 “2년 근무중 대통령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에 좌절, 중도에 사임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CIA국장을 역임한데다 CIA가 2년 전 부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본부 이름을 ‘조지 부시 정보 센터’로 명명하기도 해 CIA를 각별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것.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가 임명한 테닛 국장을 유임시켰다.

CIA와 달리 FBI는 요즘 죽을 맛이다.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인 2월 고참 방첩요원 로버트 핸슨이 15년에 걸쳐 옛 소련과 러시아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해온 게 드러나 충격을 준데 이어 5월엔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범 티모시 맥베이의 변호사에게 수사기록 일부를 전달하지 않아 사형집행이 연기되는 우여곡절까지 있었다. 게다가 상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FBI의 정책과 감독 여부 및 개선책 등에 관한 청문회를 시작했다.

FBI가 호된 여론의 질타에 시달리자 급기야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지난달 말 래리 톰슨 부장관에게 FBI의 총체적인 재검토를 지시했다. 법무부 산하 최고위 관리들과 로버트 뮐러 신임 FBI국장으로 구성된 ‘전략관리협의회’는 내년 1월1일까지 FBI의 개혁안을 제출해야 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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