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활속에 스며든 '환각파티'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55분


마약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종류가 다양해지고 이를 찾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약 통제’에 어느 정도 성공한 나라로 꼽혔으나 최근 당국의 단속에 나타난 유통실태 등을 보면 ‘마약 오염’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엊그제 검찰이 발표한 ‘환각 테크노파티’ 수사결과는 마약이 우리 생활주변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에 검찰은 서울 신촌과 강남, 이태원 등의 테크노클럽에서 상습적으로 ‘환각파티’를 벌여온 외국 유학생과 대학생, 재미교포 등 49명을 적발해 26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고 23명은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환각성이 강한 신종 마약인 ‘엑스터시’ 등을 복용한 뒤 밤새 광란의 댄스 파티를 벌이곤 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홍콩 등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이른바 ‘레이브 파티(마약 환각 파티)’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마약이 일부 연예인이나 사회 낙오자 등의 ‘막다른 선택’이었으나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 일상적으로 마약을 복용하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유학생들이 직접 신종 마약을 들여와 시중에 유통시켰고 이 같은 ‘마약판매 아르바이트’가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환각 파티가 여름에 급속히 확산되는 것도 방학을 틈탄 유학생들의 마약 밀반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마약 밀반입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실 마약 밀반입 증가추세는 수사기관도 놀랄 정도다. 검찰의 ‘2000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밀반입된 마약류는 97㎏으로 99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도 1만300여명으로 2년 연속 1만명을 넘어섰다. 다른 범죄 통계와는 달리 마약사범은 실제 투약 인구의 5% 정도만 통계에 잡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마약오염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추세로 마약이 확산되면 내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마약은 그것에 손을 댄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와 나라까지 병들게 한다. 정부는 검찰과 경찰, 보건복지부 관세청 국가정보원 등으로 분산돼 있는 마약감시 체계를 일원화해 다시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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