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개인적 인기와 개혁 지향에 대한 기대가 표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고이즈미 효과’가 득표로 이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선거 과정에서도 ‘고이즈미식 개혁’이 뜨거운 쟁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해석이다. 그래서 현재 잔여임기를 이어받은 고이즈미 총리가 9월로 예정되어 있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어려움없이 재선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 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침체에 빠진 일본을 이끌어갈 힘을 얻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일 뿐 자민당에 표를 던진 게 아니라는 분석이고, 고이즈미의 개혁 ‘실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기대’수준이 드러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제부터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가를 비롯한 각종 지표의 혼조와 디플레와 같은 험한 개혁 환경 속에서 그가 경제를 살리고 구조개혁을 조화롭게 완수해낼 수 있을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고이즈미 정권의 우경(右傾) 보수회귀 성향과 대(對)아시아 외교 자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일본의 중학교과서 왜곡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나아가 일본 총리로서는 드물게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총리 자격으로’ 참배하겠다고 공언,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왔다.
이번 선거 압승으로 그러한 고이즈미 총리의 한국 중국을 자극하고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외교적 역행’이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왜곡교과서를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반대’를 명백히 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아시아외교 마비를 감수하려 하느냐’고 지적하고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총재선거 등을 의식해 대내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힘있는 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우경행보를 멈추지 않고 이웃나라와 선린관계를 훼손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역사인식을 떨쳐버리기는커녕 우경으로 치닫는다면 또 다른 재앙과 불행의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예의 주시하고 단호한 외교적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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