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우즈-소렌스탐 "역시 한수위"

  • 입력 2001년 7월 31일 18시 28분


‘세기의 샷대결’은 18홀을 다 돌고도 끝날 줄 몰랐다.

필드에는 어느새 어둠이 깔렸고 조명탑 불빛이 비친 골프채는 광채를 번득였다.

첫 번째 플레이오프가 열린 18번홀(파4·355야드). 데이비드 듀발(미국)의 4m짜리 파퍼팅이 컵 오른쪽을 살짝 비켜나갔고 타이거 우즈(미국)는 60㎝ 거리에서 가볍게 파를 잡았다. 세계 최고의 남녀 골퍼가 서로 짝을 이뤄 한판 대결을 펼친 ‘빅혼의 결투’에서 우즈-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조가 듀발-캐리 웹(호주)조를 꺾고 승리를 확정지은 순간이었다.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GC 캐니언코스(파72·6973야드)에서 열린 이날 승부에서 우즈-소렌스탐조는 막판 대추격전을 펼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우즈-소렌스탐 커플은 총상금 170만달러 가운데 120만달러를 챙겼다.

이날 4명의 최정상 골퍼는 시속 48㎞에 이르는 강한 바람과 딱딱하고 빠른 그린 위에서 애를 먹었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나기 일쑤였고 우즈와 소렌스탐은 스탠스를 제대로 잡지 못해 왼손잡이처럼 그립을 쥐고 트러블샷을 날리기도 했다.

우즈는 “우리 4명은 모두 최고의 선수라고 말할 수 있으나 매우 어려운 조건과 경기 방식 탓에 리듬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내가 원하는 대로 못 쳤지만 좋은 파트너를 만난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며 “여자골프 중흥을 위한 커다란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팀의 남녀 두 선수가 1개의 공을 번갈아 치는 얼터너티브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세계 남녀 골프 랭킹 1위인 우즈와 소렌스탐은 경기 초반부터 호흡을 척척 맞추며 앞서 나가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8번홀까지 2홀차로 달아나며 순항한 것. 2번홀(파4)에서 웹이 어이없는 내리막 퍼팅 실수로 듀발에게 18m거리의 부담스러운 파퍼팅을 안기는 사이 이들은 3온1퍼트로 파를 잡아 한발 앞섰고 7번홀(파5)에서는 소렌스탐이 버디퍼팅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2인자’ 꼬리표를 떼려는 듀발과 웹의 반격도 거셌고 9번홀(파4)과 10번홀(파4)에서 내리 이기며 리더보드에는 ‘올 스퀘어’(동점)가 새겨졌다. 기세를 올린 듀발과 웹은 11번홀(파4)에서 파를 잡으며 1홀차로 역전했고 15번홀(파5)에서 2온2퍼트로 버디를 낚아 2홀차 리드를 잡으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보였다.

그러나 우즈와 소렌스탐은 16번홀(파3)에서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소렌스탐이 6번 아이언으로 컵 3.6m 지점에 공을 떨어뜨린 데 이어 우즈가 파를 잡아 3퍼트로 보기를 한 듀발-웹조를 1홀차로 따라붙은 것. 17번홀(파4)에서 나란히 보기를 해 우열을 못 가린 뒤 18번홀에서 우즈가 세컨드샷을 컵 3m에 붙인 뒤 소렌스탐이 천금같은 버디 퍼팅으로 마무리, 승부를 기어이 연장으로 몰고 갔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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