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겪는 성장기를 그린 신춘문예 당선작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의 낙점을 받았다. “서사를 조직하고 전개하는 기량이 기성 작가의 수준을 능가할 정도”라는 칭찬이 뒤따랐다. 생에 처음으로 쓴 중편소설이었다는 고백이 심사위원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번 창작집은 조씨의 작가적 역량을 증명하는 시험지와 같다. 새로 쓴 5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기 때문.
“단편소설들은 아직까지 습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의 질도 고르지 않은 것 같고, 어떤 통일성보다는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아직 어떤 이야기를 쓸 때 신나는지 잘 모르겠어요.”
단편소설의 주인공들은 대게 ‘어딘가 한 곳은 부러진 사람들’이다. 심적 상처를 과장하는 법도 없고 그것이 유발하는 감정적인 격렬함도 찾아볼 수 없다. ‘녹원의 마담’에 등장하는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는 마담이나 ‘화요클럽의 손님’에서 오빠에게 폭행당하는 마틸다에게서도 상처의 비명은 들리지 않는다.
“상처란 제 이야기의 주체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창과 같아요. 제 소설은 상처라는 렌즈로 바라본 질박한 실존의 물음이라고 할까요.”
여기서 상처의 원인은 직접적으로 설명되는 법이 없고 건조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져 있다. ‘조민희식 화법’이 신중하게 한발씩 옮겨야하는 돌다리를 연상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때로는 읽는 이가 쉽게 따라가지 못할 만큼 돌 사이의 간격이 넓다. 상상력으로 돌다리를 메꾸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일상적 백일몽과도 같은 현대의 분열된 세계”(문학평론가 박철화)를 맛볼 수 있다. 특히나 카프카식 화술을 구사한 ‘회전문’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 남자’는 인상적이다.
이같은 독특한 서사 기술은 ‘기름기를 뺀 건조한 상상력’과 결합해 야릇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본인은 “감정을 싣지 않는 상상력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읽는 재미가 덜할지도 모르겠다”면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사실 윤대녕이나 전경린 같은 선배 작가의 상상력이 원색적이라면 그의 상상력은 모노톤에 가깝다. ‘신세대’란 타이틀을 불편해하는 그는 “감각적 매혹이란 소설의 주류에 편승하기보다는 건조한 정확함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그의 ‘차가운 글쓰기’는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든다. 조씨는 황인뢰 감독이 올 가을 메가폰을 잡을 영화 시나리오를 막 끝냈다고 전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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