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각한다면 생각을 고쳐야 할지 모른다.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만큼이나 강렬하고, 매혹적이고, 청중을 압도하는 새 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파두의 검은 천사’로 불리는 가수 미샤. 그가 아비뇽 연극제가 한창인 28일 새벽 남프랑스 아비뇽의 옛 교황청에서 공연을 가졌다. 15세기의 교황청 경내에 마련된 2000여석의 공연장에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기억이 깃든 ‘라그리마(눈물)’와 자신의 대표곡인 ‘마음의 발톱’ 등 20여곡을 불렀다.
중세의 석조 성채는 잠시 파도소리가 들리는 리스본의 한 어두운 골목으로 변한 듯 싶었다. 기타와 만돌린, 아코디언과 피아노의 단조 화음이 깔리는 가운데 때로 외치듯, 때로 호소하듯 깔려드는 미샤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스무살 까지 포르투갈에서 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주했죠. 그런데 외국에 나와보니 고향과 파두가 새롭게 보였던 겁니다. 이것이 내 진정한 뿌리로구나, 하고 느꼈죠. 파두의 가사에 깔린 ‘운명의 힘’에 매혹됐고, 내가 갖고 있는 향수와 감성을 섞어보기로 했어요.”
자그마한 인형같은 얼굴, 저녁 바람에 휘날리는 흰 드레스, 세련된 무대매너로 순간 객석을 장악하고 마는 미샤의 설명이다.
포르투갈과 파두를 가장 잘 설명하는 용어가 ‘사우다드’다. 흔히 ‘갈망’ 또는 ‘동경’으로 번역되지만, 우리말의 한(恨)이 그렇듯 절대 정확하게 번역할 수 없는 말이다. 한때의 영화(榮華)도 잊혀진 어두운 골목길, 세상의 끝이자 광활한 바다를 대면한 적막감…. 포르투갈인의 모든 감성이 사우다드라는 말에 담겨있다. 언젠가 꼭 들어본 것만 같은 미샤의 노래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사우다드’가 어렴풋이 가슴속에 들어앉은 것 같았다.
미샤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전통에 의지하지만은 않는다.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주제 사라마구의 시를 포함, 동시대인의 시를 꼼꼼히 검토해 새 노래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새로운 시도 중 하나다. ‘파두의 젊은 신동’이라고 불리는 리카르도 디아스가 꾸민 세련된 반주부도 그의 파두를 더욱 가깝게 느끼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처음 듣는 그의 이름은 슬라브계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슬라브 남자의 이름 ‘미샤’(Misha)가 아닌 미샤(Misia)다. 워너뮤직 코리아는 그의 음반 ‘미샤·마음의 발톱’을 9월경 발매할 예정이다.
<아비뇽〓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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