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주로 공연됐던 이 작품이 18일부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것.
공연계에서 소극장(학전 그린·200여석)을 사용했던 작품이 1000여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무대를 옮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2000년 2월 1000회 공연 달성과 지난 4월 독일 베를린 초청 공연이 밑거름이 됐다.
김민기가 독일 볼커 루드비히의 원작을 번안, 연출한 이 작품은 94년 5월 초연이후 지금까지 1312회의 공연에 25만여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지하철…’은 애인 ‘제비’(장현성)를 찾아온 조선족 처녀 ‘선녀’(이미옥)가 바라본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녀가 1호선 주변에서 만나는 실직 가장, 가출소녀, 잡상인 등을 통해 풍요롭게만 보이는 우리 시대의 그늘과 희망이 그려진다.
극단 ‘학전’의 대표이자 이 작품의 연출자인 김민기는 “이번 공연은 대극장 데뷔 무대인 셈”이라며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멀어진 만큼 이에 맞는 연기와 시각적 효과를 보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옥 권형준 김윤석 최무열 등 베를린 공연 팀에 뮤지컬 ‘의형제’의 방주란과 97년 ‘지하철 1호선’의 지방 공연에 출연했던 문성환이 합류했다. 이용은 이이권 서경교 등으로 구성된 5인조 록밴드 ‘무임승차’가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다.
좀처럼 큰 소리 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김 대표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좀 다르다.
“이번 공연은 10월 중국, 11월 일본으로 예정된 ‘지하철 1호선’의 본격적인 세계 진출을 위한 시험무대라는 성격도 있습니다. 대학로가 멀어서 공연을 보지 못했던 강남 관객들에게 최고 수준의 공연을 약속합니다.”
일본 공연에 앞서 지난 6월 도쿄 등 네곳에서 열린 그의 기자회견에는 아사히신문과 공연전문지 ‘시어터 가이드’ 등 현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대표는 “소극장은 모내기 전 못자리 농사라는 게 내 지론”이라며 “이제 대형 공연장과 해외공연으로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된 만큼 10년간 대학로에서 지은 ‘농사’를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9월9일까지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3시반 7시반. 1만5000∼4만5000원. 02-2005-0114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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